말씀이 육신이 되심
요한복음1장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태초부터 계신 말씀이시며 만물의 창조자이시며 인류의 생명과 빛이시다. 본문은 그 ‘태초부터 계신 말씀’께서 사람이 되셨다는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n)의 사실을 증거한다.
[14절]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獨生者)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사도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증거한다. 본문의 ‘말씀’(로고스)은 1:1-3에서 증거된 대로 ‘태초부터 계신 말씀’ 즉 ‘창조 이전부터 계신 말씀’ ‘하나님과 구별되지만 또한 하나님이신 말씀’을 가리킨다. 사도 요한이 그 말씀을 하나님이라고 불렀으므로 이 말씀은 단순히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고 한 인격적 존재이시다.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고 할 때에 ‘육신’은 단지 사람의 몸만 가리키지 않고 영육으로 구성된 인간의 본질을 가리킨다. 예수께서는 몸과 영을 가진 참 사람이셨다. 그는 사람이라고 불리시고(딤전 2:5)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 그의 영혼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마 26:38). 그는 인간의 몸만 가진 하나님이 아니시고 인간의 몸과 영혼을 가진 참 사람이신 하나님이시다. 말씀이 육신이 되신 것은 하나님의 아들께서 사람이 되신 신비한 사건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셨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사람으로 변하셨는 뜻은 아니다. 그는 사람이 되신 후에도 여전히 하나님이시다. 그는 빌립에게 “빌립아,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와 함께 있으되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라고 말씀하셨다(요 14:9).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21문답은 대답하기를, “하나님의 택하신 자들의 유일한 구속자(救贖者)는 주 예수 그리스도이신데, 그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아들로서 사람이 되셨고 그리하여 두 구별된 본질(natures)과 한 인격(one person)을 가지신 하나님과 사람이셨고 영원토록 계속 그러하시다”라고 하였다.
말씀이 육신이 되신 그는 사람들 가운데 거하셨다. 그는 사람으로 출생하셨고 성장하셨으며 인간의 특성과 연약성을 다 가지셨다. 그는 가난과 질병과 불행의 세상 속에서 죄인들 가운데서 생활하셨다. 창조주께서는 자신을 낮추셔서 인간 세상에서 약 30여년간 사셨다. 그러나 그에게 죄는 없으셨다. 인간은 연약하나 신성(神性)이 그 속에 계셨기 때문이다. 죄 없는 인간이어야 속죄제물이 되실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사람이 되셔서 사람들과 함께 사셨다는 것은 기적 중의 기적이며 인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사실이다.
사도 요한은 성육신하신 독생자(獨生者)의 영광을 보았다고 증거한다. 그것은 특히 그가 행하신 기적들을 통해 나타났다(요 2:11). 그의 영광은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셨다. 독생자는 홀로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는 뜻을 가진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뜻과 다른 뜻이다. 그것은 그의 참된 신성(神性)을 가리킨다. 하나님 아버지와 하나님의 아들의 관계는 신비하다. 그것은 시간 세계에서의 관계일 수 없다. 만일 그것이 시간 세계에서의 관계라면 아들의 신성(神性)에 근본적 결함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영원적 관계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셨다. 성육신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이었다. 그가 사람이 되신 까닭은 대속제물이 되시기 위해서이었다. 사람이 범죄했으므로 사람이 죄의 형벌을 받아야 하였다. 사람이 범죄했는데 짐승이나 천사가 벌을 받을 수는 없었다. 하나님께서 대신 받으실 수도 없었다. 그러므로 그는 사람이 되셨다. 그것은 사람이 짐승이 되는 것보다 더 놀라운 일이었다. 무한자이신 그가 유한자가 되셨고, 영광의 주께서 비천한 종의 몸을 입으셨다. 그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이었다. 그에게는 은혜가 충만하였다. 그는 또 진리로 충만하셨다. 그는 항상 진리만 말씀하셨다. 그는 악을 지적하시고 책망하셨고 악을 용납하지 않으셨고 악과 타협하지 않으셨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그대로 전달하셨고 선포하셨다(요 12: 49-50). 그는 자신을 진리라고 부르셨다(요 14:6).
태초부터 계신 말씀, 곧 하나님이신 말씀이 육신이 되신 성육신(成肉身)은 하나님께서 역사상 하신 가장 놀라운 사건이다. 그것은 기적들 중의 기적이요 하나님의 특별계시들 중의 특별계시이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죄인들을 구원하시는 은혜와 긍휼의 방법이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셔서 대속의 죽음을 죽으시므로 회개하고 그를 믿는 죄인들이 그를 통해 죄사함의 구원을 얻는다.
[15절] 요한이 그에 대하여 증거하여 외쳐 가로되 내가 전에 말하기를 내 뒤에 오시는 이가 나보다 앞선 것은 나보다 먼저 계심이니라 한 것이 이 사람을 가리킴이라 하니라.
세례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보다 앞선 자이시라고 증거하였다. ‘앞선 자’라는 말은 신분이나 권위에 있어서 뛰어나신 분이라는 뜻이다. 과연 예수께서는 세례 요한보다 나으시다. 그는 단순한 인간이 아니시고 하나님의 영원하신 아들이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보다 먼저 계시다는 말은 예수 그리스도의 선재(先在)하심을 증거한 것이다. 예수께서는 유대인들에게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브라함이 나기 전부터 내가 있느니라”고 말씀하셨다(요 8:58). 미가 선지자도 메시아에 대하여 “베들레헴 에브라다야, 너는 유다 족속 중에 작을지라도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가 네게서 내게로 나올 것이라. 그의 근본은 상고(上古)에, 태초에니라”고 예언하였다. ‘태초에’라는 말은 ‘영원 전에’라는 뜻이다. 과연, 예수께서는 세례 요한보다 먼저 계신 분이시다. 그는 영원하신 하나님이시다.
[16절] 우리가 다 그의 충만한 데서 받으니 은혜 위에 은혜러라.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께로부터 충만한 은혜를 받았다. 그들은 그에게서 은혜로운 말씀을 풍성히 들었을 뿐 아니라, 죄사함과 의롭다 하심과 하나님의 자녀 됨과 성령을 받음과 영생과 기도의 응답 등 충만한 은혜를 누렸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도 동일하게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이런 모든 은택들을 받아 누린다.
[17절] 율법은 모세로 말미암아 주신 것이요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온 것이라.
율법과 은혜는 각각 구약시대와 신약시대의 특징이다. 구약시대에 하나님께서는 모세를 통해 율법을 주셨다. 그러나 신약시대가 되어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은혜를 풍성히 주셨다. 물론 구약의 율법에도 하나님의 은혜가 있고 신약의 복음에도 하나님의 율법이 있다. 로마서 7:12, 14, “이로 보건대 율법도 거룩하며 계명도 거룩하며 의로우며 선하도다,” “우리가 율법은 신령한 줄 알거니와 나는 육신에 속하여 죄 아래 팔렸도다.” 그러므로 구약과 신약은 대립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아니고 형식과 강조점의 차이라고 본다.
율법은 하나님의 공의를 강조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죄를 깨닫게 하여 자신이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고 정죄받은 자임을 보여준다(롬 3:19-20). 그래서 사도 바울은 고린도후서 3장에서 율법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요 ‘정죄(定罪)의 직분’이라고 말하였다(고후 3:6, 9).
한편, 복음은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며 사람들로 죄사함과 의롭다 하심을 받게 한다. 로마서 3:24,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속(救贖)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 그래서 바울은 고린도후서 3장에서 신약의 복음을 ‘살리는 것’이요 ‘의의 직분’이라고 말했다(고후 3:6, 9). 은혜와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신약의 복음 안에서 밝히 증거되었다. 우리는 그 은혜와 진리를 받았고 그 은혜와 진리로 구원을 받았다.
[18절] 본래[어느 때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독생하신 아들(獨生子)이 나타내셨느니라.
하나님께서는 영이시므로(요 4:24) 아무도 보지 못했고 또 볼 수 없는 자이시지만(딤전 6:16),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자신을 가장 확실하게 나타내셨다. 그러므로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빌립에게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다”고 말씀하셨다(요 14:9).
본문의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말씀’이라고 불리신 영원하신 하나님의 아들께서 사람이 되신 자이시다. 성육신은 하나님의 놀라운 기적이며 그의 은혜로운 사건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태초부터 계신 말씀이며 하나님과 함께 계신 하나님이라고 불리셨고(요 1:1) 또 독생자라고 불리셨다(요 1:14, 18). 하나님과 그와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곧 인격적 관계이었다. 그것은 하나님의 신비이었다. 요한복음 17:5에 보면, 예수께서는 “아버지여, 창세 전에 내가 아버지와 함께 가졌던 영화로써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 나를 영화롭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하셨다. 하나님의 독생자께서 사람이 되신 것이었다. 성육신은 기적 중의 기적, 곧 최고의 기적이었다.
둘째로, 우리는 신적 구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은혜와 진리를 충만히 받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한 자이시다. 또 그는 사도들을 통해 풍성한 진리를 신약성경에 기록하게 하셨다. 그는 오늘날 성경 진리의 교훈과 성령의 감동으로 죄사함과 의롭다 하심의 구원과 성화(聖化)의 은혜를 죄인들에게 풍성히 허락하신다. 오늘날 우리는 성경말씀과 성령으로 은혜와 진리를 풍성히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