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30년 만에 열릴 예정이던 교회가 지진으로 다시 주저 앉아

 

40ab6fffdb69c556fb9b39a93b8f574d.jpg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재난이 닥치면 곳곳에서 감동의 드라마와 미담들이 전해진다. 평소에 라이벌 관계, 혹은 경쟁관계이거나, 심지어 증오의 관계에 놓여 있던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힘을 합치는 장면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11월 12일, 터키의 레세프 타이프 에르도한 총리가 동부 대지진 현장을 방문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기독교계와 아르메니아인 등 터키의 대부분의 주류로부터 소외되어 있고, 박해를 받아오던 사람들이 대부분이 이슬람 신자인 것이 분명한 피해자들을 위해 구조작업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었다.

이에 앞서서 지난 10월 23일에 동부의 에르시스와 반 등에서는 큰지진이 발생해 최소한 600 명 이상의 주민들이 사망하고, 2천 동의 건물이 주저 앉아 버렸고, 지난 11월 9일에는 또 다시 5.7의 강진이 발행한 터였다. 피해가 발생한 반시의 한 작은 복음주의 교회 신자들은 현재 피해 현장 근처에서 천막생활을 하면서도 구호활동과 구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다른 지역의 교회에서도 자원자들을 중심으로 구조대가 편성되어 현지에 투입되어 있다. 이들은 주로 식량배급과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교회 건물은 현재 피해자들의 숙소와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현지의 이슬람 신자들에게 상당한 감동을 주고 마음을 녹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비극적인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온 아르메니아교회 순례자들이 극적으로 사망을 모면하고 현장에서 탈출한 일이다. 이들은 오랜 박해 끝에 다시 교회가 열리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오랜 고통 끝에 교회가 다시 열리기 하루 전에 지진을 만나 교회가 다시 열리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 것이다.

비극의 스토리의 중심이 된 성 기라고스 아르메니아사도교회는 1980년대 초에 폐쇄되어 완전히 폐허처럼 변해 버렸다. 이 교회는 350년 전에 지어졌고, 중동에서는 가장 큰 아르메니아교회이기 때문에 역사적 가치도 꽤 있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다시 열릴 수 있게 되었고, 그 축하행사는 터키와 아르메니아, 미국의 정부 대표들도 참석하게 되어 있었다. 또 순니 이슬람 가정에서 태어나 이슬람 신자로 자랐으나 아르메니아 혈통으로의 정체성을 찾아 아르메니아교회로 개종한 사람들에 대한 세례도 베풀어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하루 앞두고 지진을 맞아 교회가 대파된 것이다.

이 행사는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1915년, 아르메니아인들은 오토만제국 시대에 대학살의 참극을 경험했고, 상당수의 아르메니아인들은 강요에 의해 이슬람으로 개종하게 된다. 학자들마다 추정치는 다르지만, 이 때 학살 당한 아르메니아인들은 150만 명이 넘는다. 반면 터키 당국은 그 수가 30-50만 명이며, 그 못지 않은 터키인들도 아르메니아인들에 의해 살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양국 외교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교회가 다시 열린다는 것은 비극적 역사에 대한 화해이고 정리의 의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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