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께서 하시는 일
요한복음 15:26-27
"내가 아버지께로서 너희에게 보낼 보혜사 곧 아버지께로서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실 때에 그가 나를 증거하실 것이요 너희도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으므로 증거하느니라." (요한복음 15:26-27)
예수님은 떠나시기 전, 제자들에게 홀로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고 약속하셨다. 아버지께로부터 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보혜사로 오셔서 예수님을 증거하실 것이라는 약속이다. 그리고 제자들 역시 처음부터 예수님과 함께했던 자들로서 증인이 된다. 이 짧은 두 구절 안에는 성령의 사역과 사도들의 증거가 나란히 놓여 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서 1:6에서 "너희 속에 착한 일을 시작하신 이가 그리스도 예수의 날까지 이루실 줄을 우리가 확신하노라"고 했다. 성령은 한순간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안에서 시작하신 일을 끝까지 이루어 가시는 분이다. 그 사역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1. 새 생명을 주시는 영 — 구원
성령은 사람을 거듭나게 하여 하나님 나라로 들어가게 하신다. 예수님은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요한복음 3:5)고 말씀하셨다. 거듭남은 인간의 결심이나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성령께서 일으키시는 새로운 출생이다. 또한 갈라디아서 4:6은 "너희가 아들인고로 하나님이 그 아들의 영을 우리 마음 가운데 보내사 아바 아버지라 부르게 하셨느니라"고 말한다. 성령을 받은 사람은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로서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관계 속으로 들어간다. 구원은 신분의 변화이며, 그 변화를 일으키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다.
2. 함께 거하시는 영 — 내주
성령은 구원받은 사람 안에 들어와 계속 거하신다. 로마서 8:9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고 단언하며, 성령의 내주가 곧 신앙의 표지임을 보여준다. 고린도전서 3:16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것과 하나님의 성령이 너희 안에 거하시는 것을 알지 못하느뇨"라고 묻는다. 믿는 사람의 몸과 마음은 더 이상 빈 그릇이 아니라 하나님이 거하시는 처소가 된다. 이것은 한 번의 방문이 아니라 지속적인 동거이며,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혼자 싸우는 삶이 아니다.
3. 길을 보이시는 영 — 인도
성령은 믿는 자의 삶을 구체적으로 인도하신다. 사도행전 10:19-20에서 베드로가 환상의 의미를 두고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성령께서 직접 "일어나 내려가 의심치 말고 함께 가라"고 말씀하신다. 인도는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실제 상황 속에서 주어지는 분명한 안내다. 로마서 8:14은 "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그들은 곧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하며, 인도받는 삶 자체가 자녀됨의 증거임을 보여준다. 요한복음 14:26에서 예수님은 보혜사가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시리라"고 약속하셨다. 성령의 인도는 종종 말씀을 기억나게 하는 방식으로 찾아온다.
4. 힘을 부어 주시는 영 — 능력
성령은 우리를 무력한 상태로 두지 않고 살아갈 힘과 증거할 능력을 주신다. 사도행전 1:8은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고 말한다. 이 능력은 자기과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증인의 삶을 위한 것이다. 로마서 15:13은 그 능력이 기쁨과 평강, 그리고 넘치는 소망의 형태로도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갈라디아서 5:22-23이 말하는 사랑, 희락, 화평, 오래 참음,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와 같은 성령의 열매는 능력이 외적인 힘만이 아니라 인격의 변화로도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정한 영적 능력은 결국 그리스도를 닮은 성품으로 맺어진다.
5. 은사를 나눠 주시는 영 — 봉사
성령은 각 사람에게 다양한 은사를 나누어 주셔서 공동체를 세우게 하신다. 고린도전서 12:9-10은 믿음, 병 고치는 은사, 능력 행함, 예언, 영 분별, 방언과 통역 등 여러 은사를 열거하며, 이 모두가 "같은 성령"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은사는 종류가 다양해도 근원은 하나다. 고린도전서 12:31은 "더욱 큰 은사를 사모하라"고 권면하면서도 그보다 "제일 좋은 길"이 있다고 덧붙이는데, 이는 곧 사랑이다. 베드로전서 4:10은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고 말한다. 은사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맡겨진 것이며, 그 목적은 서로를 섬기는 데 있다.
맺는 말
요한복음 15:26-27로 돌아가 보면, 우리 믿음에는 두 가지 증거가 함께 서 있다. 하나는 성령의 내적 증거이고,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예수님과 함께했던 사도들의 증거, 곧 오늘 우리가 손에 들고 있는 신구약 성경이다. 성령은 진리의 영으로서 그 말씀과 늘 일치하게 일하신다. 구원하시고, 우리 안에 거하시고, 길을 인도하시고, 능력을 부어 주시고, 은사를 나누어 주시는 이 모든 사역은 결국 한 가지를 향한다. 빌립보서 1:6의 약속처럼, 우리 안에 시작하신 그 선한 일을 그리스도의 날까지 끝까지 이루어 가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