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컨소시엄이 이번에 염기 서열을 해독한 인간 염색체의 단완(녹색)과 센트로미어(핑크색). 사이언스 제공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그동안 공백으로 남아 있던 부분까지 해소한 완전한 인간 게놈 서열이 확보됐다.
1990년 시작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2003년 완료됐지만 쌍으로 이뤄진 30억개의 디엔에이(DNA) 염기 서열 중 8%에 해당하는 약 2억개는 지난 20년간 공백 상태로 남아 있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가 중심이 된 국제공동연구 컨소시엄 ‘텔로미어-투-텔로미어’(T2T)가 추가 연구를 통해 이 부분을 해독한 과정과 결과를 6편의 논문으로 작성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이 이번에 추가한 부분은 주로 염색체의 끝부분에서 보호 역할을 하는 ‘텔로미어’와 염색체 중앙의 잘록한 허리부분에서 복제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센트로미어’(동원체)다. 특히 그동안 빈 곳이 많았던 5개 염색체의 단완(염색체의 짧은쪽 마디) 부분이 거의 다 메꿔졌다. 단완에는 세포에서 단백질 생산 공장인 리보솜을 관장하는 유전자가 들어 있다. 연구진은 이곳에서 리보솜 생산에 관여하는 아르엔에이(RNA)를 코딩하는 유전자(rDNA) 사본 400개를 찾아냈다. 국립인간게놈연구소의 애덤 필리피 박사는 유전자 사본은 돌연변이를 일으키기가 쉽게 때문에 이곳이 유전자 진화의 핫스팟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한 번에 10만개의 염기까지 읽을 수 있는 장치와 한 번에 1만개만 읽을 수 있지만 정확성이 더 높은 장치를 함께 사용했다. 이를 통해 염기쌍 2억개의 정확한 순서와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해독된 염기에는 1900개 이상의 유전자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유전자의 사본이라고 밝혔다.
각 염색체 번호 막대에서 빨간색이 이번에 해독한 부분이다. 사이언스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질병 연구의 폭 확대에 기여
연구진은 또 완성된 게놈 서열을 참조해 200만개 이상의 추가 변이를 발견했다. 이는 622개의 질병 관련 유전자 변이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록펠러대학의 에릭 자비스 박사는 “8%를 통해 세포가 분열하는 방식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이해를 얻게 됨으로써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많은 질병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수백곳의 공백 지점 중 5곳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채워넣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가 커다란 이정표를 세우기는 했지만 인간 게놈 서열 작업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공동책임자인 리처드 깁스 베일러의대 교수는 “질병 등에 관여하는 단완과 해독이 어려운 다른 곳의 변이를 추적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완전한 게놈 서열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 게놈 완전 해독…비어 있던 ‘8%’ 20년 만에 채웠다 : 과학 : 미래&과학 : 뉴스 : 한겨레 (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