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신앙으로 해석할 때 일어난 사건의 '원인'과 '계기'의 차이 구분해야

"전지 전능하셔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생사화복과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

교회 예배 시간에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하는 대표 기도를 들을 때마다 자학 개그를 하는 느낌을 받는다. 평소에는 전혀 그렇지 않게 행동하시는 분들이 기도할 때만큼은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자신들이 당장 때려죽여도 시원찮은 악당들이라고 자백을 한다. 물론 기도 시간에만 그렇다.

그리고 부흥 사경회 할 때 매번 느끼는 황당함! 매 주일 죄를 고백하고 용서의 선언을 통해 죄를 다 탕감받았는데, 용서받은 모든 죄를 부흥회 때 죄다 끄집어내서 우리를 당장 죽여야 할 극악무도한 죄인으로 만들고 또다시 회개하고 용서받기를 강요한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이걸 '신앙적 뮌하우젠 증후군'이라고 하고 싶다.
뮌하우젠 증후군(Münchausen syndrome)이라는 말은 평소 거짓말하기를 좋아했던 독일 사람 뮌하우젠(1720~1797)의 이야기를 각색한 모험 소설 <말썽꾸러기 뮌하우젠 남작의 모험>에서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아셔(Richard Asher)가 따와 1951년 이름 붙인 것인데, 한 마디로 '꾀병'이다. 아픈 데가 없는 데도 거짓으로 아프다고 하는 증상으로, 사람들은 어린 시절, 또는 나이 들어 사회생활하는 지금도 그렇게 한 적이 많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텐데, 그냥 단순한 꾀병이 아니라 정말 심각한 정신 질환이다.

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온 몸이 멀쩡한데 일부러 수술도 한다. 심지어 암 환자인 것처럼 연기를 하면서, 암 수술을 받기도 한다. 그것도 수차례, 온몸을 여기저기 수술하는 사람도 있단다. 이 사람들은 의사가 이상이 없다고 하면 오히려 화를 내고 불안해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병원에 가면 혹시라도 의사가 "암입니다. 준비하셔야겠습니다. 길어야 석 달입니다" 이런 말을 할까 두려워서 못 간다는데,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들은 정반대인 것이다.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주목받고 싶어한다.

그런데 '대리자 뮌하우젠 증후군'(Munchausen Syndrome by Proxy)도 있다.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 환자 역할을 강요해서 실제 환자로 만들어 자신이 지극정성으로 그 환자를 보살피면서 자신을 사랑 넘치는 사람인 양 스스로 만족해하고, 그런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하는 정신적 질환으로, 자해적인 뮌하우젠 증후군과 달리 타인, 특히 약자인 아이들, 장애인들, 노인들을 가혹하게 학대하는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스티븐 호킹 박사도 그런 증상을 가진 엘레인이라는 간호사에게 수차례 신체 부상을 당했다는데,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고 지극정성으로 제비를 보살피는 놀부 모습이 떠오른다.

기독교인들 가운데에는 하나님을 대리자 뮌하우젠 증후군 환자로 만들고 그것을 신앙적인 행위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 '시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일부러 고난을 주셨다고,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만 의지하게 하려 하신다고 말할 때, 정말로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친다. 인류 역사에 일어난 모든 비극적인 사건들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는 걸 들으면서, '개그콘서트' 어느 코너가 떠올랐다.

"내가 너를 위해서 다 준비해 놨는데, 네가 거기에 따라주지 않으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예를 들면, 내가 너를 위해서 좋은 병원, 훌륭한 의사, 모든 걸 다 준비해놨는데, 네가 안 아파 주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 네가 그럴 수 있냐? 내가 그렇게 신경 써서 준비해 놓은 줄 알았다면, 최소한 네가 산에 가서 다리를 다치든지, 담배나 술을 몽땅 먹어서 암이라도 걸리든지 해야지."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신앙적으로 해석하려 할 때, 그 사건의 '원인'과 '계기'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하나님이 나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 그 아이를 일부러 데려가셨다. 이렇게 그 사건을 해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짜로 그런 목적으로 하나님이 그 아이를 데려가셨다는 것(원인)과, 그 사건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계기)과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하나님이 일부러 그런 사고를 일으키셨다고 하면, 하나님을 대리자 뮌하우젠 증후군을 지닌 살인범으로 만드는 신앙적 독신(瀆神) 행위이다. 신앙적 뮌하우젠 증후군. 조심해야 한다. 그것은 결코 올바른 신앙적 행위가 아니다.

이종록 / 한일장신대 구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