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세 기독교인 철학자, 김형석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시는데 건강 비결이 궁금합니다.


아침 6시쯤 일어나서 몸을 풀어 줍니다. 식사는 늘 똑같아요. 우유 반 잔에 호박죽 반 잔, 계란 반숙에 샐러드, 그리고 토스트나 찐 감자를 먹어요. 점심이나 저녁은 생선이나 고기 위주로 먹고요. 차로 이동할 때는 무조건 잡니다. 어렸을 때 건강이 안 좋아서 어머니는 내가 스무 살까지 사는 것만 봐도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러다 보니 어려서부터 과로나 무리는 안 해요. 100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90에서 멈춥니다. 신체적으로 건강해서 오래 사는 게 아니라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 오래 사는 것 같아요.”

 

무리하지 않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요.


항상 공부해야 합니다. 일과 공부를 안 하면 몸도 마음도 빨리 늙어요. 주변에 100세까지 산 사람 7명이 있는데 공통점이 있더군요. 첫째, 욕심이 없어요. 둘째, 남 욕을 하지 않아요. 사람은 정서적으로도 늙습니다. 내 친구인 안병욱(1920~2013) 교수는 젊게 사는 방법은 공부·여행·연애라고 하더라고요.”

 

내 즐거움·행복은 남이 만들어 주는 것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일까요.


“60~75세까지가 가장 좋았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75세까지는 모든 게 성숙해지고, 내가 나를 믿고 따를 수 있고, 또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한 나이가 되니까요. 75세까지 성장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문제예요. 살아보니 90세까지는 늙는 게 아니에요. 90세까지는 누구나 일할 수 있어요.”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행복은 인간답게 사는 노력, 과정 그 성취에서 주어지는 것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에게 주어진 책임과 사회적 책임을 다 맡아서, 내 인격을 갖추게 되면 행복은 자연히 따라오니까 누구든지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요. 사랑이 있는 곳에 행복이 함께한다는 사실은 경험을 통해 깨달았어요. 또 하나는 감사하는 마음이 낳는 행복도 있지요.”

 

성공과 행복 중 한 가지를 선택하셔야 한다면.


사회적으로 윗자리에 가느냐 못 가느냐를 성공의 기준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고, 그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그게 행복이에요. 한 가지 더, 너무 빨리 성공하려고 하지 말라는 거예요. 능력이 완성되지 못했는데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결국 떨어지고 말거든요.”

 

인생에서 남는 건 무엇일까요.


“100년 이상 살아보니 내가 나를 위해서 한 일은 남는 게 없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이웃과 더불어 사랑을 나누는 사람,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애쓴 사람,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서 정의롭게 살려고 노력한 사람은 인생의 마지막에도 남는 게 있어요. 내 즐거움, 행복이라는 건 내가 만들어서 차지하는 게 아니라 남이 만들어서 주는 거예요. 내 인생은 나를 위해 있는 게 아니고 보답하기 위해서, 주기 위해서 있는 것 같아요. 나도 그렇게 살아 보려고 친구들과 노력했는데 여러분도 이웃들과 더불어 그런 뜻을 가지고 새 출발 할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