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비밀의 호수' 찾았다

[오늘의 세상]
이탈리아 연구진, 탐사선이 보낸 4년치 레이더자료 분석
남극 얼음층 1.5㎞ 아래 대규모 액체상태 물 처음 확인

태양계의 붉은 행성 화성(火星)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있는 호수가 발견됐다. 화성에서 물이 흘렀던 흔적이나 미량의 수증기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액체 상태의 물이 대규모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이 호수에서 미생물 형태의 화성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천체물리연구소 로베르토 오로세이 박사 연구진은 25일 로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화성 탐사선 마스 익스프레스가 관측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화성의 남극 근처 동경 193도 남위 81도 지역에서 얼음층 1.5㎞ 아래에 지름 20㎞ 규모의 호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심은 최소 1m 이상으로 추정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사이언스는 금요일에 발간되지만 이번 기자회견에 맞춰 해당 논문만 하루 일찍 공개했다.

레이더로 얼음 아래 호수를 확인

마스 익스프레스는 유럽우주기구(ESA)와 러시아 연방우주청이 공동 개발한 화성 탐사선이다. 2003년 화성으로 발사됐다. 연구진은 마스 익스프레스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29회에 걸쳐 마르시스(MARSIS)라는 레이더 장비로 화성의 남극을 조사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지하호수 어떻게 발견 했나

지하 호수를 발견한 원리는 메아리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마스 익스프레스가 화성 상공을 지나면서 레이더를 쏘면 먼저 표면의 얼음층에서 반사된다. 얼음층을 통과한 레이더파는 지하 암반층에서 다시 반사된다. 이때 반사파는 지표면에서 반사된 것보다 훨씬 약하다. 연구진은 한 지역에서 암반층의 반사파보다 강한 반사파를 포착했다. 과학자들은 얼음층 아래에 액체 상태의 물이 있으면 암반층보다 전류가 잘 통해 더 강한 반사파가 나온다고 설명한다.

연구진이 레이더 반사파를 보고 호수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이미 지구에서 같은 관측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같은 방법으로 지구의 남극에서 400여 개의 지하 호수를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얼음층의 바닥이 위에서 누르는 힘에 의해 조금씩 녹으면서 거대한 호수를 형성했다고 보고 있다.

화성의 남극은 기온이 섭씨 영하 68도이다. 지구의 남극은 영하 60도 정도이다. 그럼에도 두 곳에서 얼음층 아래에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염분 때문이다. 염분은 물의 어는점을 낮출 수 있다. 과학자들은 화성의 지표면에서 발견된 나트륨과 마그네슘, 칼슘 등의 염분이 물의 어는점을 영하 74도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본다.

화성의 생명체 발견 가능성 높여

물은 생명체의 필수 조건이다. 물은 수많은 물질을 녹이는 최고의 용매여서 생명체에 필요한 물질들을 제공할 수 있다. 물을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는 에너지 흐름을 만들어내고 생명체의 뼈대가 되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를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발견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꼽는 것도 두꺼운 얼음층 아래에서 바다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과거 남극의 얼음층 아래 호수에서 미생물들이 발견된 만큼 화성의 지하 호수에서도 생명체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한다. 지난 2014년 5개국 15개 대학 공동 연구진은 남극 얼음 아래 800m 깊이에 있는 월런스 호수에서 채취한 물에서 3931종의 미생물을 발견했다. 하지만 화성의 호수 물을 채취하는 것은 2030년대나 가능할 일이다. 올해부터 2020년대까지 계획된 화성 탐사선들은 화성의 얼음층을 시추할 능력이 없다. 결국 우주인이 직접 나서야 한다. 미국과 유럽은 2030년대에 시추 장비와 우주인을 직접 화성으로 보내 탐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도 같은 시기 유인 우주탐사를 준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는 인류가 화성에 제2의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점에서 이번에 화성에서 발견된 지하 호수는 인류의 화성 이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 최영준 박사는 "물은 우주인의 생활용수이면서 로켓의 추진제와 산화제를 만들 수 있다"며 "지구 밖의 천체에서 이렇게 중요한 물자를 현지 조달할 수 있다면 우주탐사의 효율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6/2018072600171.html#csidx583ece779d3b6fa9f7548a1ac6c4b47 onebyone.gif?action_id=583ece779d3b6fa9f7548a1ac6c4b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