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의 목적과 의미
영원자존하신 절대자 하나님께서 무슨 목적으로 인간을 선택하시고 더러는 버리시기로 예정하셨는가?
절대자 하나님의 창조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것이라면, 예정의 궁극적 목적(窮極的目的) 역시 하나님의 영광(榮光)을 나타내는 것이 되겠다. 이에 대하여 하나님의 예정에 있어서의 선택과 유기의 목적을 따로 분리해서 예정을 통한 하나님의 영광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내셨는가를 그 의미와 더불어 밝혀 보고자 한다.
1. 선택의 목적과 의미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어떤 인간을 선택하여 구원하시는 목적과 의미는 무엇일까?
하나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시기로 선택하신 목적은 선택을 통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시기 위함인데, 이 목적 실현(實現)의 구체적 방법은 선택이라는 용어 자체가 갖고 있는 의미와 같이 인간을 구원하시는 것을 방법으로 하여 영광을 나타내시는 궁극적 목적을 이루시는 것이다. 즉 인간을 구원하심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신다는 말이다. 인간 구원이 하나님의 영광 표현(表現)이 되는 것은 어떠한 인간의 조건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절대적인 영광스러운 주권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주권자(主權者)가 주권을 실현하는 데서 그 주권의 영광이 나타나는 것이다. 피조 인간의 어떠한 조건에 의하여 하나님의 주권적 사역에 장애를 받는다면 하나님의 주권적인 영광은 그 빛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나타내심으로 피조 인간으로 하여금 무능력을 깨닫게 하여 모든 영광을 인간 자신에게 돌리지 않고 하나님께만 돌리도록 유도(誘導)하시는 것이다. 아무리 주권자가 그 주권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주권 행사를 하지 않는다면 주권의 영광은 표현될 수 없는 것이다. 절대주권을 가지신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을 향해 아무런 조건 없이 선택하셔서 구원하시기로 예정하신 주권적 행사를 하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이 절대주권자이심을 알 수 있으며, 절대주권자만의 소유인 영광을 우리가 어떻게 돌릴 수가 있겠는가? 이에 대해서는 성경 말씀이 더욱 힘있게 강조하고 있다.
에베소서 1장 6절에서는 “이는 그의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고, 이어서 12절에서는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우리로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고 했다. 또한 “이는 우리의 기업에 보증(保證)이 되사 그 얻으신 것을 구속하시고 그의 영광을 찬미하게 하려 하심이라(엡1:14)”고 했다.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신도게요서 3장 5절에서도 “이 모든 것은 그의 영광스러운 은혜의 찬송을 위한 것 뿐이다”고 하였다.
혹자들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신 목적이 지상에서의 봉사(奉仕)나 선행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주장은 사회복음주의자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말들이다. 물론 성경(엡2:10, 딤후2:21)은 우리에게 이웃에 대한 봉사나 선행을 말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선택하신 근본적인 목적이라 할 수 없다. 봉사나 선행 역시 하나님의 주권적인 영광을 나타내시는 지엽적(枝葉的)인 하나의 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왜냐하면 봉사나 선행도 하나님께서 성령의 능력을 주어서 하게 하시기 때문이다.
결국 하나님의 선택의 목적은 하나님 자신의 절대적 주권적 영광을 선택이라는 섭리를 통하여 나타냄으로 하나님 자신이 영광을 나타내시고, 이에 따라 선택된 우리는 이 하나님의 놀라운 영광스러움을 선택 섭리를 통하여 깨닫고 그에게 사실 그대로의 영광을 돌려 드리는 데 그 목적과 의미가 있는 것이다.
2. 유기의 목적과 의미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 가운데 어떤 자를 유기하여 멸하시는 목적과 의미는 무엇일까?
하나님의 절대주권적 선택의 목적과 의미가 하나님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유기의 목적과 의미 역시 동일한 것일 수밖에 없다.
인간의 유기 자체가 인간 자신의 어떠한 조건에 의한 피동적(被動的)인 행위가 아니고, 하나님 자신의 절대주권적인 능동적(能動的) 행위이시기 때문에 유기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적 영광의 표현의 한 방편이시다. 이사야 선지자가 말했듯이 “내가 행하리니 누가 막으리요(사43:13)”라고 한 말씀은 하나님의 전능성을 그리고 절대성을 나타내 주고 있는 말씀이다. 혹자들은, 유기는 하나님께서 타락의 허용을 통한 결과에 그냥 버려 두신 것으로 이해를 해서 인간 자신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을 부여하려는 자들이 더러 있기도 하다. 그러나 만일 인간 유기가 하나님의 절대적 주권에 의하지 않고 인간 자신의 어떠한 조건에 의하여 이루어진 결과로 본다면, 하나님의 절대주권적 영광의 빛을 가리우는 처사(處事)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조심성 있는 자세로 유기된 자들에 대한 선입견(先入見) 하나를 정리해야 한다. 그것은 하나님께 유기된 자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지 못하고 도리어 가리우는 자라면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불필요한 자일 뿐 아니라 방해자가 된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하나님께서 창조 목적에 불필요하고 방해가 되는 존재를 창조하고 예정하셔서 유기하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불필요하거나 방해가 되는 것을 만들어 놓지 않으신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피조물 중 특히 인간에게 있어서 선택된 자나 유기된 자 모두가 다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한 피조물들이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솔로몬이 말했듯이 “여호와께서 온갖 것을 그 씌움에 적당하게 지으셨나니 악인도 악한 날에 적당하게 하셨느니라”(잠16:4)고 말씀한 것을 보아도 하나님께서는 어느 것 하나 하나님께 불필요하거나 방해되는 것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유기의 목적과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하나님께서 어떠한 것도 조건으로 삼으심이 없는 중에 인간을 유기하시기로 예정하신 절대주권적 영광을 나타내심에 그 목적이 있고, 이렇게 나타난 영광을 보고 선택자들은 화평(和平) 중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만 유기된 자들은 두려움과 고통 중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선택자나 유기자를 통하여 영광을 나타내시고 또한 영광을 받으시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따르는 구체적인 문제점들은 제3장에서 자세하게 논하게 되겠기에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겠다.
출처: 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