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을 어떻게 가르쳐야할까?

“방언은 귀한 은사, 그러나 균형 잡힌 이해가 꼭 필요하다”


한국 교회에 때아닌 방언 열풍이 불고 있다. 20세기 초 오순절 성령 운동과 함께 불기 시작한 이 열풍은 점점 거세져 급기야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상관없이 교파를 초월해 온 지구상의 교회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 방언 열풍은 성령 체험과 은사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뜨겁게 달군 반면,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자국처럼 세계 교회의 처처에 상처와 갈등과 분쟁을 남겼다.

 

이제 세월의 흐름 속에 그 상처는 아물고 그 열기에 대한 추억마저 아스라이 잊혀져 가고 있다. 그런데 이 지구상에 유독 한 곳, 한반도에만 이 열풍이 또다시 불어닥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교회를 다시 강타한 방언 열풍

 

과거에도 한국 교회에서 방언은 성령 세례와 함께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고 많은 교회들이 이로 인해 혼란과 진통을 겪었다. 다행히 그 논쟁의 열기는 한풀 꺾여 사그라지고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갑자기 방언의 열풍이 다시 불고 있는 것이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왜 한물간 유행이 복고풍으로 다시 인기를 끌듯 방언이 다시 주목받는 것일까? 그동안 한국 교회가 평양 대부흥 백 주년을 맞이하여 성령의 폭발적인 부흥이 다시 한 번 일어나기를 고대하며 기도해 왔는데, 그 기도의 응답일까? 그보다는 무엇인가 영적 침체의 악순환에서 빠져나갈 돌파구를 찾는 많은 교인들에게 방언은 손쉽게 그들의 영적인 상태를 반전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다가온 듯하다.

 

신비적이고 열광적인 것에 끌리는 한국 교인들의 종교적 성향과, 극적인 변화와 확신을 안겨 주는 획기적인 은혜 체험을 바라는 교인들의 영적인 요행심에 방언이 딱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이와 더불어 어떻게든 교인들의 열심을 자극해 교회를 속히 부흥시켜 보려는 사역자들의 열망과 그것을 부추기는 데 성공한 대중 매체의 역할이 절묘하게 맞물려 빚어진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이 방언이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데에는 기독교 서적과 인터넷 매체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들의 탁월한 기여가 없었다면 방언 열풍은 결코 한국 교회에 다시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김우현 씨처럼 대중과 잘 소통하는 뛰어난 기술과 은사를 가진 이의 글을 통해 사그라졌던 방언의 열기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방언 열풍의 기폭제와 같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하늘의 언어」(규장)라는 책의 등장이다. 이 책의 저자 김우현 씨는 이미 KBS ‘인간극장’ ‘친구와 하모니카’로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할 정도로 방송계에서도 인정받은 다큐멘터리 영상 작가이며 연출자다.

 

그는 ‘팔복 시리즈’와 「부흥의 여정」(규장)으로 교계에도 널리 알려졌고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한 기독교 작가로서의 위치도 굳힌 사람이다. 그는 방송 작가로서의 오랜 경험을 통하여 대중의 심리와 감성에 효과적으로 호소하는 언어를 구사하고 이야기를 구성해 가는 데 뛰어난 역량을 갖추었다.

 

그의 책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아마도 우리 주위의 작고 소외되고 평범한 사람들의 생생한 성령 체험담을 마치 다큐멘터리가 눈앞에 펼쳐지듯 실감나고 흥미진진하게 묘사해 간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성령을 체험하는 것이 뜬구름 잡는 것 같이 멀고 추상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이론적인 책과는 달리 그의 책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것을 피부에 와 닿게 느껴지도록 독자들의 공감과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감화력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방언 열풍을 촉발한 저력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방언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했던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방언의 유익과 가치에 눈을 뜨고는 방언 체험하기를 간절히 사모하게 되었다는 고백을 종종 듣게 된다. 그의 책이 이런 ‘개종’의 놀라운 효과를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에 담긴 수많은 체험담의 대부분이 방언을 하찮은 은사로 무시했던 이들의 ‘회심’(방언에 대한 회심) 체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하늘의 선물을 아직도 거부하고 있는 ‘죄인들’을 돌이키는 데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주변 인물들이 연이어 ‘개종’하는 사건을 기록하였다. 규장출판사의 대표까지 방언을 체험하고 그가 받은 놀라운 은혜를 혼자만 누릴 수 없어 만나는 사람마다 방언받기를 권하는 ‘방언 전도사’가 되었다. 급기야 이 방언의 불길은 규장출판사 전 직원과 자매 회사인 갓피플닷컴 직원에게까지 번졌다. 한꺼번에 70명에 달하는 직원이 방언을 받고 무려 3시간에 걸쳐 방언 기도에 전념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어떤 선교사는 마치 오순절 부흥의 현장이 재현되는 것처럼 보였다고 증언했다.

 

결국 저자는 그동안 줄곧 추구해 온 한국 교회의 부흥이 방언 체험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 책을 쓴 목적도 부흥의 불길이 온 땅에 확산되기를 바람에서였다. 그래서 그는 서적과 인터넷을 통해 방언을 파급시키는 것으로 부족해 자신이 직접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니며 방언 집회를 인도하고 있다.

 

그 노력의 결과로 방언이 바로 하늘의 충만한 은혜 속으로 들어가는 비밀 통로이며, 이 잊힌 통로를 재발견하는 것이 진정한 부흥의 길이라는 메시지가 전국 구석구석에까지 울려 퍼지고 있다. 이제는 오순절파 교회만이 아니라 모든 교단이 예외 없이 방언 열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과거에는 방언이 지성적이지 못한 이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젊은이들과 지성인들이 방언에 열광하는 형편이다.

 

이런 추세에 저항하여 전통적인 신앙의 기치를 높이 든 이는 목사나 신학자가 아닌 김우현 씨와 같은 평신도였다. 「방언, 정말 하늘의 언어인가」(부흥과 개혁사)라는 책은 김우현 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양측의 입장이 극과 극을 이루며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서로 다른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택대학교의 김동수 교수가 방언에 대해 양극화된 문제를 해결하고 성경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책을 펴냈다. 드디어 평신도들의 논쟁에 신학자가 끼어든 셈이다. 그는 두 사람과는 달리 성경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이로서 방언에 관련된 성경 말씀을 꼼꼼히 주해하고 정리하여 나름대로 성경에 근거한 견해를 제시하려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의 결론적인 입장은 양극단적인 견해를 원만하게 조율하기보다는 한쪽 편의 손을 들어준 격이 되었다. 「방언은 고귀한 하늘의 언어」(이레서원)라는 그의 책 제목이 이미 시사하듯이 김우현 씨의 주장이 성경적으로 옳다는 것을 입증해 준 셈이다.

 

결국 양극화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못한 채 갈등과 대립의 골이 깊어만 가고 있다. 「하늘의 언어」로 촉발된 방언 열풍은 그에 대한 반박과 이어지는 논쟁들로 인해 더욱 거세져 한국 교회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방언 열풍은 한편으로는 신앙 생활에 취미를 잃어버린 많은 사람들에게 종교적인 관심과 열심을 불러일으키며 일시적으로 교회를 뜨겁게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 안에 혼란과 갈등을 심화시킴으로써 교회의 영적 생명력을 더욱 시들게 하는 이중적 기능을 한다. 그러므로 방언이 “이 시대의 진정한 부흥을 위한 하늘의 전략”이라는 김우현 씨의 주장은 그의 생각에서 나온 전략일 뿐 진정한 하늘의 전략은 아닌 듯하다.

....................................

......................................

.................................

 

 

마지막으로 방언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권면은 자신의 방언이 과연 성령이 주신 은사인지 냉철하게 분별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이 은사를 주신 뜻대로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데 유용한 방편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적인 지침을 따라 공중 예배에서 방언하는 것을 삼가며, 이 은사로 인해 영적인 우월 의식에 빠져 다른 이들도 방언을 해야 한다고 강권하는 무례함을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방언을 통하여 하나님과 깊은 영적인 교제를 누림으로써 은혜가 충만하여 교우들에게 영적인 감화력을 미치며 교회에 덕을 세우는 겸손한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에 그들이 누리는 방언의 은사가 더 빛을 발하게 되며 다른 교우들도 그런 은혜 체험을 사모하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방언을 못하는 이들은 신학적인 편견과 교만한 아집을 내려놓고 성경이 방언에 대해 무엇이라고 말하는가를 진지하게 들으려는 겸손하고 진실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방언은 하나님이 교회에 내려주신 귀한 은사라는 점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 나타나는 방언 현상이 다 성령의 은사인지 조심스럽게 분별해야 하지만, 교인들이 하는 방언을 다 싸잡아 마귀적이고 인위적인 것이라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바울은 “방언 말하기를 금하지 말라”(고전 14:39)라고 했다. 방언의 은사 자체를 멸시하고 평가절하하거나 방언하는 이들을 광신자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들이 성경 말씀을 따라 방언의 은사를 잘 분별하여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선도해 주어야 한다. 그들의 은사 체험을 존중하며, 제대로 기도 생활을 하지 못하는 교인들은 그들이 누리는 하나님과의 깊은 영적인 교제를 보고 부끄러워하며 도전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성경 말씀으로 돌아와 서로 화합할 때 방언의 은사는 교회에 더 이상 갈등의 요인이 아니라 축복의 방편이 될 것이다. 방언 열풍을 통하여 한국 교회를 뒤흔드는 사탄의 역사는 물러가고 화평하게 하는 성령의 미풍이 한국 교회를 부드럽게 감싸안을 것이다.

 

 

-박영돈 교수(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 한국교회 성령운동, 무엇이 문제인가’(IVP)에서

 

http://www.biblenet.co.kr/s07_2.php?bo_table=s07_2&wr_id=19

 

 

방언을 어떻게 가르쳐야할까.pdf

 

방언을 어떻게 가르쳐야할까.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