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을 버린 일본구세군 사령관 야마무로 군페이

 

한국 민중선교는 그의 정신에서 본받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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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31일 우에야마 다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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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山室 軍平(야마무로 군페이) 일본구세군 사령관
연세를 많이 드신 분이라면 혹시 일본 구세군의 야마무로 사령관에 대해서 알고 있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필자가 여기서 야마무로 군페이(山室軍平, 1872~1940) 사령관을 소개하려고 생각했던 것은, 지금 한국 교회에 야마무로 사령관의 목회를 본받아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야마무로 사령관에 약력에 대해서 간단하게 보기로 하겠습니다.

 

 

일본 구세군 최초 헌신자, '평민을 위한 복음' 발행인

 

야마무로 사령관은 1872년에 일본의 오카야마현에서 태어냈습니다. 사회를 위해서 헌신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서 14세 때 상경해서 쯔기지(築地) 복음교회에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889년 그가 17세 때 존경하는 도우시샤(同志社) 대학의 니아지마 죠(新島襄)를 찾아가서 그 밑에서 신학을 배우게 됩니다. 1895년에는 일본 구세군 창설 직후부터 그곳에 합류해 일본구세군 최초의 헌신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아내의 도움을 받으면서 ‘영적 구원이 없는 사회 봉사는 없고, 사회 봉사가 없는 영적 구원 또한 없다’는 구세군 창립자 부스의 정신을 일본에서 적용하면서 행실이 있는 믿음을 선포하고 신앙의 일상생활화와 선량한 민중의 양육을 위한 사역을 감당했습니다.

 

그는 당시의 신학자나 목회자와 마찬 가지로 자신의 생각하는 바를 잡지를 통해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발간했던 잡지는 많이 있지만 가장 유명하고 일본 구세군의 기관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평민을 위한 복음’ (平民の福音)입니다. 이 잡지는 지금까지 500판 이상 인쇄되어 있고, 영문으로 번역되어서 해외 독자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는 또한 민중들의 성경공부를 위해서 ‘민중을 위한 성서’(民衆の聖書)도 발간해서 말씀을 생활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쉽게 설명하면서 교인들의 실천적 믿음을 돕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의 구세군 목회는 야마무로 사령관의 영향을 받은 바 크고, 동양인으로서 최초로 사령관이 된 것도 야마무로입니다(1915년). 그는 구세군 중장까지 올라갔고(1926년), 동 교단 최고의 명예인 창립자상도 받았습니다(1937년).

 

많은 일본인에게 단지 '선한 민중전도자'로만 기억되는 야마무로

 

약력만 보더라도 화려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게 만들지만 위와 같은 화려한 공적을 알고 있는 일본인은 별로 없습니다. 위에 있는 야마무로 사령관의 공적은 기독교인들의 눈에서 볼 때의 모습이며, 수많은 일본인들이 인식하는 야마무로 사령관의 모습은 선한 민중전도자였습니다. 실제로 그가 구세군의 사령관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많은 일본인들이 선한 민중전도자로서 인식하게 만든 이유는 바로 그가 민중 속으로 들어가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중과 늘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령관이라는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 티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가 그렇게 행동한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도우시샤의 니이지마 죠(新島襄)에게서 영향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니이지마도 개항기에 밀항해서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해서 목사 안수를 받아서 일본에서 기독교정신을 기초로 한 교육운동을 펼친 목회자이지만, 그는 목사나 선생이라는 호칭을 절대로 쓰지도 않았고 제자들이 자신을 부를 때 쓰는 것도 허락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마태복음 23장 10절에서 ‘또한 지도자라 칭함을 받지 말라. 너희 지도자는 하나이니 곧 그리스도니라.’라고 예수님께서 친히 금지하셨기 때문입니다. 야마무로의 스승 니이지마도 철저하게 섬김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제자 야마무로가 민중 속에 들어가서 교권을 내세우지도 않고 오직 가난하고 고통 받고 있는 민중과 함께 해서 그 자리에서 말씀을 선포했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하여튼 야마무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령관이라는 지위를 내세우거나 남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야마무로는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마23:11)는 말씀을 실천한 사람이었고, 그 결과 그는 비신자들한테도 평가를 받은 의인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었기 때문에 높임을 받게 된 것입니다(마23:12).

 

유흥가에서 농촌에서... 민중 속에서 현실을 파악했던 사람

 

그는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문제해결을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그는 수많은 사업을 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평가받고 있는 것은 가난해서 팔려온 기생들이 자주 폐업을 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을 찾아가서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는 기생들의 비참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서 ‘때의 소리 - 부인구제호’(ときのこえ婦人救済号)를 1900년에 발간해서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기생들을 구출하기 위해서 유흥가를 돌아다니면서 기생들의 구출을 위해서 노력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건달들에게 습격을 당해서 중상을 입기도 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유흥가에 나갔습니다. 나갔다가 얻어터지는 연속이었지만, 1900년 10월에 내무성에서 기생단속규칙(娼妓取締規則)이 통과되어서 자주폐업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1년 사이에 1만5천명에 달아는 기생들이 자주폐업을 했습니다.

 

그가 한 사업에는 그 이외에도 가난한 일본의 동북지방 농촌의 구제운동이나 취직알선 등등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역시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그는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재벌의 회장이나 귀족, 유력자들을 찾아가서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예수님에게도 아리마대의 부자 요셉이나 니고데모라는 후원세력이 있었던 것처럼, 야마무로에게도 당시 일본의 유력자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유력자를 찾아갈 때도 구세군 사령관으로서의 지위를 내세우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의 대리인으로서 찾아갔다고 합니다. 야마무로의 공상적(空想的)이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 제시와 그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많은 유력자로 하여큼 도울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을 잘 알고, 그들과 완전히 일치할 때, 새로운 사업을 하더라도 이론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화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케이스입니다.

 

진보교단이 새로운 일을 시작하더라도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현실에 파악조차 학문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더라도 실패하는 이유는 그들을 위해서 내가 희생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한 뜻으로 시작한 구제운동이 잘 안 되는 이유는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하는 문제가 조금씩 문제 해결 자체에 얽매여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이슈가 혼자서 춤추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야마무로의 교훈 - 현실적인 안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슈와 고통 받고 있는 사람 사이에 괴리감이 생기고, 그로 말미암아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으면서도 그들과 다른 세계에 살게 되어서 거리가 멀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야마무로는 그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첫째로 낮아져야 한다 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위해서 무엇인가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해준다는 것은 그들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하는 교만의 시작입니다. 당연히 그들과 함께 해야 된다는 발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사령관도 선생도 아니고 한 민중으로서 활동했던 것입니다.

 

둘째로 현실적인 안건을 만들어야 한다 는 것입니다. 우리가 선한 사업을 하려고 하면 너무나 이론적이고 실천 불가능한 것들을 마치 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해서, 시작했다가 안 돼서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철저하게 현실을 살피고 고통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봐서 안건을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셋째로 자금을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 끼리 만들려고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외부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는 것입니다.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내용이라면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법입니다. 활동자금이 없으면 선한 일도 성공시키기 어렵습니다.

 

넷째로 복음의 현실 적용 입니다. 말씀이 오늘 날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말씀대로 한다는 것 자체에 고집하게 되면 말씀을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게 되고 오히려 그들을 죽게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말씀이 그들에게 지금 무엇이라고 하고 계신지 해석해서 쉽게 전하고 그 말씀을 의지해서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야마무로는 우리에게 위와 같은 것들을 가르쳐준 사람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야마무로 사령관 아니, 민중을 위한 선한 도움이 야마무로를 본받아야 할 것들이 많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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