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광 목사/ 열린문교회,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졸업

 

목회를 하면서 많은 성도들을 만납니다. 그 중에서도 세월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성도들이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난 IMF 때 뜻하지 않은 사업의 어려움으로 강원도 삼척의 고향으로 낙향한 K 집사님 또한 저에게는 그렇게 잊혀지지 않는 분 가운데 한 분입니다. 얼마 전 그 K 집사님으로부터 책 한 권이 저에게 배달되어 왔습니다. 그것은 설교집이었습니다. 집사님은 자기 고향에 있는 평신도신학원에 재학을 하고 있었는데 그 책은 그 신학원에 재학하는 분들의 설교집이었습니다. 저는 그 설교집을 읽으며 그들의 주님께 대한 열정을 함께 읽을 수 있었습니다.

 

K 집사님은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후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살아가면서도 대학에서의 전공을 살려 중국 선교에도 열심이었던 분이었습니다. 그는 IMF 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하여 고통을 당할 때 저에게 "목사님, 일보 전진을 위하여 이보 후퇴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고향으로 내려갔던 것입니다. 그후 그는 영농 후계자로 지역 언론에 소개될 정도로 열심히 축산업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산다고 소식을 들려주곤 했습니다.

작년에 저희 교회 성도들과 함께 강원도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지나가는 길에 그 집사님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K 집사님은 서울에서보다 얼마나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지 목사인 저도 존경스러울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작은 간증의 내용이었습니다. 작년 봄에는 강원도의 동해안 지역의 산에 불이 나서 수많은 피해를 주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집사님의 집은 산간 지역의 산과 산 사이의 계곡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가서 보니 비록 해안 도로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이긴 했지만 집사님의 집은 험한 산골짜기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집사님의 집의 문에는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의 집'이라는 문패 아닌 문패가 달려 있어서 제가 "집사님, 참 보기에 좋습니다"라고 했더니 예의 간증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 산불이 얼마나 심했는지 산간 지역의 모든 것들이 다 타고 재밖에 남아 있지 않았는데 집사님의 집은 말짱했기에 어찌된 일이냐고 했더니 "목사님, 이유는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을 지키셔서 저희 집이 말짱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사실 집사님의 집은 산자락에서 2미터 정도 가까이에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불길이 얼마나 뜨거웠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집사님은 녹아내린 쇳조각 하나를 저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집사님이 집을 새로 수리하면서 달려고 알루미늄 섀시 문틀을 집 옆의 산자락에 세워 놓았었는데 녹아내린 쇳조각은 바로 그 섀시 문틀이 녹아내린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쇠까지도 녹일만한 뜨거운 불길이 집사님의 집은 어느 것 하나 태우지 않고, 오직 마루를 온실처럼 막고 있는 대형 유리만 조금 금이 갈 정도 깨어진 정도의 피해만 입힌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순간 '할렐루야' 찬양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그래서 제가 기념으로 그 녹아 내린 알루미늄 쇳덩이를 가지고 왔지요. 그때 어떤 성도는 TV에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에 소개하면 어떻겠느냐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그 때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저희 교회의 교패를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의 집'이라는 문구를 넣어서 다시 만들 정도였으니까요. 그러한 간증을 하는 집사님의 모습은 행복한 그리스도인의 모습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K 집사님은 참으로 그리스도의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이었습니다.
한동안 저는 그리스도인의 열정에 대하여 묵상을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중요한 삶의 자세는 열정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그리스도의 열정이 없다면 '그리스도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열정에 대하여 묵상을 하면서 저는 그것이 단순히 영적인 어떤 '뜨거운 것'이라거나 영적인 '흥분 상태의 마음'이라고는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흔히 말하는 열광하는 마음이나 흥분 상태의 마음은 쉽게 식어버리기 때문이지요. 또 저는 많은 성도들이 그렇게 쉽게 뜨거워졌다가 쉽게 식어버리고, 심지어는 차갑도록 냉랭한 마음의 상태에까지 처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열정은 단순히 영적인 상태의 열정이 아니라 그것이 삶에 적용되어지는 열정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떤 형편에 처하든지 자족할 줄 알아서 "내가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에 배부르며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2-13)라고 했던 바울 사도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일에 쉽게 기뻐하고, 좋아하며 또 쉽게 낙심하고, 실망합니다. 그것이 우리들의 옛 성품이라고 한다면 이제는 모든 일에 변함이 없으셨던 그리스도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러한 그리스도의 마음이 우리들에게는 열정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열정으로 살아가고 있는지요? 매일 매일 그리스도인의 열정에 대하여 묵상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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