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치유사역

 

김 지 철(장로회신학대학교 신약학)

 

예수가 선포한 하나님 나라는 그의 '말씀'과 더불어 그의 '행위'를 통해 나타났다. 하나님 나라를 선포한 예수의 말씀이 당시의 종교선생들처럼 단지 사변적이고 율법주의적인 사상성으로 침몰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예수의 '행위'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예수의 행위가 당시의 행동주의자나 마술적인 기적행위자와 구별되는 이유 또한 그의 행위와 함께 나타난 종말론적인 특성을 지닌 그의 '말씀선포'에 있었다. 예수의 하나님 나라 운동은 곧 예수의 인격인 그의 말씀과 몸으로 산 그의 삶의 행위에서 비롯된 살아있는 하나님의 사건이었던 것이다. 이 하나님 나라 운동의 중심으로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바로 예수의 기적행위였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적 세계관을 가진 현대인들이 성서를 대할 때, 예수의 기적들이란 결코 쉽게 접근해서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닌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당혹스러운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증명과 반복의 가능성을 요청하는 오늘의 세계관이 기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목회적인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수의 기적행위는 첨예화된 중요사안임에는 분명하나 이를 목회현장에 접목시키는 데는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가능하면 목회자의 입장에서도 이를 기피하려 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신학자들에게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구원이라는 범주가 영과 육의 이분법적인 구분이나, 단지 미래적인 영의 구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인적인 삶의 구원으로 이해한다고 하면, 여기서 우리는 다시금 예수의 기적사화를 새롭게 논의의 중심으로 부각시키지 않을 수 없는 당위성을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예수의 기적사화는 복음서의 예수전승에 있어서 양적으로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뿐 아니라, 예수의 사역에 있어서도 중심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비평적인 신약학자들이 지닌 기적에 대한 역사적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예수의 기적사화를 그에 대한 이해의 중심적인 자리에 놓지 못하도록 만들고 말았다. 더우기 케리그마에 의해 채색된 그리스도상이 복음서를 휘감고 있다고 생각하는 신약학자들의 해석은 예수의 선포와 교훈에 관해서는 엄청난 관심을 기울이도록 했으나, 그 반면에 예수의 삶과 행동양식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보다 저조한 관심을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경향성은 독일에서 출간된 '예수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R.Bultmann, Jesus, 1958; G.Bornkamm, Jesus von Nazaerth, 19605, H.Braun, Jesus, 19692, M.Dibelius, Jesus, 19492 ). 그것은 어쩌면 더 이상 진정한 의미에서 '지상적 예수'를 찿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만들어낸 결과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불트만 이후 지속된 지상적인 예수에로의 관심전환은 상황변화를 일으켜 왔다. 즉 케리그마의 그리스도와 역사적 예수의 논쟁은 단지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극복되어야 할 통전적인 것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J.Roloff, Das Kerygma und der historische Jesus, 1970; P.Stuhlmacher, Jesus von Nazareth - Christus des Glaubens, 1988; Biblische Theologie des Neuen Testaments Band I, 1992). 따라서 최근에 다시 예수의 삶과 사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다. 이는 여러가지로 의미있는 변화라 할 수있다(G.Theissen, Der Schatten des Galil ers. Historische Jesusforschung in erz hlender Form, 1984; J.Gnilka, Jesus von Nauaret, Botschaft und Geschichte, 1990; R.Schnackenburg, Die Person Jesu Christi im Spiegel der vier Evangelien, 1993). 특히 지상적 예수의 모습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은 말씀 선포와 교훈하는 사람으로서의 예수상에서부터 하나님 나라를 몸으로 산 그의 행동양식과 삶에로의 관심의 전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어떻든 예수가 당시에 있어서 실제로 치유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신학자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의미에서 예수가 치유자였는가 하는 것과, 기적으로서의 치유에 대해 역사적 진정성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그리고 치유의 신학적인 해석과 더불어 목회적인 적응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치유자로서의 예수에 대한 물음은 성서해석의 방법론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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