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위에서 하신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

- 누가복음 23:44~49 -

샬롬선교회 


[누가복음 23:44~49] “44. 때가 제육시쯤 되어 해가 빛을 잃고 온 땅에 어둠이 임하여 제구시까지 계속하며, 45. 성소의 휘장이 한가운데가 찢어지더라. 46.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 47. 백부장이 그 된 일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 이르되 이 사람은 정녕 의인이었도다 하고, 48. 이를 구경하러 모인 무리도 그 된 일을 보고 다 가슴을 치며 돌아가고, 49. 예수를 아는 자들과 갈릴리로부터 따라온 여자들도 다 멀리 서서 이 일을 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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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무엇을 말씀하셨을까? 모든 복음서를 종합해야만 비로소 알 수 있다. 마태, 마가복음만으로는 한 말씀만 기록되어 있지만, 각 복음서마다 고유한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는 누가복음에만 주목해보고자 한다.

 

1. "아버지"라고 부르심

 

예수님이 자신의 기도에서 "아버지"라고 부르는 구절은 많지 않지만, 수난기사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누가복음에서는 다음 4군데를 꼽을 수 있다.

+ 10:21 “그 때에 예수께서 성령으로 기뻐하시며 이르시되 천지의 주재이신 아버지여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 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 옳소이다 이렇게 된 것이 아버지의 뜻이니이다."

+ 22:42 “ 이르시되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하시니"

+ 23:34 “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 ..."

+ 23:46 “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예수님의 기도는 '아들'로서 자신의 사명과 '아버지'에 대한 신뢰와 순종을 표현하는 말로서, 또한 아버지의 마음의 비밀을 아는 '아들'로서 기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기도의 첫 번째와 마지막 말씀을 누가복음에 기록되어 있다. 수난이라는 위기의 상황 속에서 기도하신 말씀에 누가가 예수님의 정체성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순종의 정수는 마지막 기도의 말씀인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라는 마지막 기도의 말씀에 잘 집약되어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그 친밀함은 예수의 일생에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다. 예수님은 12살 때 부모님께 어찌하여 나를 찾으셨나이까 내가 내 아버지 집에 있어야 될 줄을 알지 못하셨나이까."(누가복음 2:49)라고 물었다. 세례를 받으실 때 하늘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하시니라."(마태복음 3:17)는 음성을 들으시고 공생애를 시작하셨다.

 

2.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23:46의 예수님의 기도는 주님을 향한 신뢰를 노래한 시편 31:5의 구절이다. 거기에는 "내 영혼을 주께 맡기나이다."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영혼'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루아흐' רוּחַ으로, 본래 ''으로 번역되어야 할 단어이다.

 

'부탁하다(맡기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가장 깊은 신뢰를 의미한다. '맡기다'(commit)로 번역된 단어(파라티세미 παρατίθημι)는 본래 '~ 앞에 두다'(set before)라는 뜻이다. 속된 말로 '도마 위의 잉어'처럼 곤경에 처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자신을 상대방에게 맡기고 태연한 자세를 취하는 상태를 말한다. 거기서 '맡기다'라는 의미가 파생된 것 같다. 히브리어로는 '파카드' פָּקַד(paqad)가 사용되고 있다.

 

'주께 맡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가톨릭 사제이자 개신교에도 큰 영향을 끼친 헨리 나우웬이라는 분이 있다. 그 분이 어떤 책에서 공중그네 서커스 스타에게 연기 비결을 물어본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 "서커스 관객들은 공중그네를 타는 사람이 스타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스타는 받는 사람이다"라고 한다. 잘 날 수 있는 비결은 공중그네를 타는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다. 공중그네를 타는 사람은 받는 사람을 향해 날아갈 때 양손을 펴고 받는 사람이 잘 잡아줄 거라고 믿고 점프하는 것이다. 공중그네에서 가장 나쁜 것은 공중그네를 타는 사람이 받는 사람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죠." 

 

이 말을 들은 나우엔은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이고, 하나님은 어둠을 향해 점프하는 너를 어둠 너머에서 단단히 붙잡아 주실 것이다. 당신은 하나님의 손을 잡으려고 하지 마라. 그저 두 손을 벌리고 믿기만 하면 된다. 믿고 날아오르면 된다." 라고.

 

하나님이 당신을 붙잡아 주실 것을 믿고 뛰어오르는 것, 이것이 '맡긴다는 것'의 의미이다.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라는 말씀 속에 온전한 겸손, 온전한 사랑, 온전한 내어맡김, 온전한 신뢰와 순종이 고백되어 있다. 아버지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야말로 예수님의 일생에 일관된 것이었다. 여기에 믿음의 완성자의 모습이 있다. 이 변함없는 신뢰의 관계를 요한복음은 '영원한 생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아들로서 아버지에 대한 온전한 신뢰와 순종이야말로 하나님과 사람을 이어주는 생명의 끈이다. 예수님은 수난을 통해 이 생명의 유대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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