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절반 "성경 믿는 기독교인"

분석/ '21세기 미국인의 신앙' 보고서 ② 종교적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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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09일  

복음주의 · 흑인 개신교인은 "나는 거듭난 기독교인" 정체성 선호

 

조사 대상자들이 어떤 종교단체(교회)에 참여(출석/예배)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기초로 베일러종교연구소는 미국의 종파구성을 크게 <복음주의 개신교>(33.6%) <주류 개신교>(22.1%) <가톨릭>(21.2%) <흑인 개신교>(5.0) <유대교>(2.5%) <기타 종교>(4.9%) <무종교>(10.8%)로 잡았다. 미국 전체인구에서 기독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80%를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교회 같은 일부 소규모 기독교 종파를 <기타종교>에 포함시킨 것을 고려하면, '최소한' 81.9%이다.
그렇다면, 전체인구의 80% 이상이 기독교인인 미국인들에게 당신은 어떤 기독교인이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이번 조사 결과,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47.2%)가 자신을 '성경을 믿는' 기독교인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미국인들이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나타내는 말로 가장 많이 선호하는 표현은 '거듭난' 기독교인(28.5%)이며, 그 뒤를 '주류 기독교인'(26.1%),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기독교인(17.6%), '복음주의'(14.9%), '신학적으로 진보적인' 기독교인(13.8%) 들이 이었다.
그런데 이 통계수치에는 의미심장한 결과가 숨어있다. 베일러종교연구소는 특별한 지적을 하지 않았지만, 이 통계수치를 뒤집어보면, <성경을 믿는>이라는 용어를 미국 기독교인의 상당수가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말로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종교적 정체성' 조사는 '다음 용어들은 귀하의 종교적 정체성을 타나내는 것들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 거듭난(Born-Again) △ 성경을 믿는(Bible-Believing) △ 카리스마(Charismatic) △ 신학적 보수주의(Theological Conservative) △ 복음주의(Evangelical) △ 근본주의(Fundamentalist) △ 신학적 자유주의(Theological Liberal) △ 주류 기독교인(Mainline Christian) △ 오순절(Pentecostal) △ 구도자(Seeker) △ 종교적 우파(Religious Right) △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 등 12가지 용어들을 제시하고, 각각에 대해 '예'/'아니오'를 모두 체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결국, '성경을 믿는'이라는 용어에 '예'라고 체크한 47.2%를 제외한 나머지(52.8%)는 '아니오'라고 체크했다는 산술이 가능하다.
<성경을 믿는>에 '아니오'라고 체크한 응답자는 같은 문항에서 <신학적 자유주의>나 <주류 기독교인>에 '예'라고 표시한 사람들, 곧 소속 종파(주요 기독교 전통)로 볼 때 <주류 개신교>에 속한 교인들 가운데서 많이 나왔을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복음주의 개신교>에 속한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의 상당수(31.4%)도 <성경을 믿는>에 '아니오'라고 체크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미국에는 '성경을 믿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어떤 교단이나 종파에 속해 있든지,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이 이 조사에서도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로는, <복음주의 개신교>와 <흑인 개신교> 교인들의 경우에는 '거듭난' 기독교인이나 '성경을 믿는' 기독교인이라는 말을 훨씬 더 선호하고, <주류 개신교>와 <가톨릭> 교인들은 '주류 기독교인'이라는 표현을 가장 즐기고, 그 다음으로, '성경을 믿는'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복음주의'라고 응답한 미국인은 100명 가운데 2명 정도(2.2%)에 머물고 있으며, 소속 종파별 비율로 볼 때, 정작 <복음주의 개신교> 교인들보다 <주류 개신교> 교인들이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말로 '복음주의'를 꼽은 수치이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 사회에서 보수적 기독교인을 지칭하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복음주의'라는 말이, 정작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크게 선호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