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법정에 흔들리는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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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중헌 목사

필자는 교회를 건축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게 법원을 여러 차례 드나들게 되었다. 교회 부지를 경매로 구입했는데 원주인이 땅 점유권을 주장하며 법원에 민·형사 고발을 해서 원치 않게 불려 다니게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마음에 남아있는 생각은 목사로서 세상에 사는 동안 가장 가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면 그곳은 법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형사재판을 하게 되면 수사관 앞에 불려가서 조서라고 하는 것을 꾸며야 한다. 그런데 이 조서 꾸미는 시간이 짧으면 4시간 길면 몇 번을 불려 다니며 24시간이 넘을 때도 있다. 그리고 젊은 수사관과 아들 같은 검사의 죄인 다루듯 하는 말투와 태도는 목사의 모든 인격과 자존심이 완전히 짓밟히는 것 같아 모멸감이 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법원이라는 곳은 절대로 가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교계의 상황을 보면 대부분의 사건들이 다 법원으로 가고 있다 개교회의 재산문제에서부터 시작해 목사의 부임과 사임, 신분과 윤리문제, 노회의 분리문제, 교단의 문제, 연합기관인 한기총 문제까지 모든 것이 다 법원으로 가서 세상법정의 판결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더 나아가 근래에는 세상법정이 하나의 협박 수단으로 이용되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교회법은 무용지물이 되었고 공동체는 존립이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분명히 고린도전서 6장에서는 교회 안에서 일어난 문제를 세상 법정으로 가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언젠가 우리는 세상을 판단하고 천사까지도 판단해야 할 사람들이므로 우리가 판단해야 할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일을 판단 해 달라고 해서는 안된다. 우리 일은 우리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이 말씀을 잘 알고계시는 유명하신 목사님 장로님들이 문제만 발생하면 세상 법정으로 일을 가지고 간다.

좀 오래된 사례지만 2006년 통계에 의하면, 일 년 동안 총 민사소송 건수가 379만 건 인데 그 중에 교회 관련건수가 69만여 건이나 된다고 한다. 전체 건수 중 6분의 1에 달한다. 그러니 교회의 분쟁이 얼마나 많고 스스로 해결을 못하고 얼마나 많은 사건들을 세상법에 의존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아마 지금은 이보다 훨씬 더 많아졌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할 교회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통계에 의하면 2000년대 들어와서 지난 10년 동안 가톨릭은 74% 고도성장을 했는데 기독교는 -1.6%로 감소했다고 한다. 주원인은 가톨릭은 우리 사회에서 신뢰할 수 있는 종교라는 인식을 주는 반면, 기독교는 신뢰할 수 없는 종교라는 인식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그 직접적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분쟁으로 인한 법정소송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신문이나 방송에서 가톨릭에서 일어난 재산문제나 신부의 윤리문제로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는가? 필자의 기억으로는 없다. 아마 그들도 인간들이 사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 안에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세상은 그들에게는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인식한다. 그러므로 세상은 그들을 신뢰한다.

그런데 기독교는 아주 작은 문제까지도 교회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세상 법정으로 가지고 간다. 그러다보니 온 세상이 교회를 유리상자로 보고 있다. 그것은 곧 교회는 신뢰할 수 없는 곳이라는 인식으로 자리잡았고 교회 성장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 되어버렸다. 지금도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교회나 법원 소송을 생각하고 있는 인사들이 있다면 그들은 “내가 교회당 문을 가로막고 성도들을 교회에 오지 못하도록 내쫓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물론 어쩔 수 없이 세상법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의 신분과 사명 앞에서 신중해야 한다. 교회문제가 세상법정으로 나가면 하나님의 존재나 영광은 가려지고 인간의 감정이 앞서게 된다.

더 유의할 것은 우리 교회가 문제를 정의롭게 해결해주지 못하고 사사로운 감정과 돈에 매여서 치우친 결정을 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교회 지도자들은 믿음 안에서 순수하고 정의롭게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는 무엇인가에 매여 불순한 생각을 가지고 무리하게 사태를 이끌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공의롭게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결국은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세상법정으로 향하게 된다. 세상법정을 생각하기 이전에 분쟁을 정의롭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나 교단이나 주변에서 부정적 사고에 젖은 인사들의 자성이 필요하고 끝까지 교회의 화평을 해치는 정치꾼들을 몰아내야 한다. 정의로운 다수가 침묵해서는 안된다. 침묵은 방조이고 방조는 죄다. 하나님의 공의를 지키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의무와 책임 아닌가.

그래도 세상은 교회를 순수하게 보고 기대하는 것이 있다. 교회가 스스로의 문제도 풀제 못하면서 어떻게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외칠 것인가. 부디 교회법이 세상법정의 판결보다 더 무게 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