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백제가 역법 전수' 증명 6세기 칼 발견

 

일본이 6세기에 백제 역박사(歷博士)를 통해 역법(歷法)을 배웠다는 것을 증명하는 칼이 후쿠오카(福岡) 고분에서 발견됐다고 일본 언론이 21일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후쿠오카시 교육위원회는 이날 후쿠오카시 니시(西)구의 모토오카(元岡) 고분군 G6호 고분(7세기 중반 조성 추정.지름 18m)에서 간지(干支)로 서기 570년을 의미하는 '庚寅(경인)' 등 문자 19자가 새겨진 상감(象嵌) 철제 대도(大刀)가 출토됐다고 발표했다.

교육위원회는 이 고분의 횡혈식(橫穴式) 석실을 조사하던 도중 7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와 함께 약 75㎝ 길이의 칼을 발견했다. 엑스선으로 녹슨 칼의 표면을 촬영한 결과 손잡이에 가까운 칼등 부분에 '대세경인정월육일경인일시작도범십이과*(大歲庚寅正月六日庚寅日時作刀凡十二果*)'이라는 19자가 새겨진 것이 확인됐다. *자는 련(練)자로 추정된다. 표면을 세밀하게 파낸 뒤 금이나 은으로 5∼6㎟ 크기의 글자를 새긴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학자들은 이중 '대세(大歲)'와 '경인(庚寅)'이라는 글자에 주목했다. 히라카와 미나미(平川南)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장은 '대세'라는 문자가 일본서기에 인용된 '백제본기'에서 사용된 문자이고, 백제 사찰에서 출토된 목조 사리용기에서 같은 문자가 567년을 가리킨 사례가 있다는 점을 들어 "백제의 달력 사용법과 똑같다. 백제에서 역박사가 왔다는 일본서기의 기술이 옳다는 점을 증명한 대발견"이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일본서기에는 일본이 553년에 백제에 주역 학자에 해당하는 역박사(歷博士)를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다음해 역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적혀 있다.
 
사카우에 야스토시(坂上康俊) 규슈대 교수는 '경인'이라는 문자가 남북조 시대 송(宋)에서 백제를 거쳐 일본에 전해진 '원가력(元嘉歷)'의 간지(干支)라며 '경인정월육일'은 '서기 570년 1월6일'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풀이대로라면 칼에 새겨진 19자는 '570년 1월6일에 칼을 만들었다. 약 12번 단련(鍛練)했다'는 뜻이다. 사실이라면 역법이 사용된 예로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발견이다. 사카우에 교수는 "구체적인 날짜를 몰랐다면 만들 수 없는 만큼 당시 원가력을 사용했다는 증거"라며 "(백제의) 역박사가 일본에 온 뒤 원가력이 보급됐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일본 고분에서 글자가 새겨진 칼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7번째지만, 간지나 연호가 새겨진 것이 발견되기는 네번째다. 앞선 3번은 모두 1980년대에 발견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칼 자체는 일본제일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다. 칼이 출토된 고분에서는 고분 시대 일본 내 최대급인 길이 약 12cm 구리방울(銅鈴)도 발견돼 피장자는 지배계층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