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 성경신학이란 무엇인가?

What Is Reformed Biblical Theology?


임 태 우 교수

(서울신학연구원)



들어가는 말



  오늘날 현대 신학적 동향과 신학자와 목회자들의 삶에 있어서 나타나는 비 신학적 현실은 단적으로 교회와 신학의 괴리(乖離) 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성경 해석과 설교의 편향성은 우리가 우려하는 정도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본고에서는 점점 양극화되어가고 있는 ‘목회와 신학’에 대한 반성 속에 새롭게 “개혁주의 성경신학” 정립을 위한 기본적인 이해를 목적으로 삼는다.



성경신학 관련 용어의 정의



  우리는 날마다 신학과 관련된 출판물이나 설교, 강의 등을 통하여 여러 가지 신학적 용어를 혼용(混用)하고 있다. 따라서 때로는 서로의 의사소통 과정에 있어서 많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교계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먼저 우리가 사용하는 기본적인 용어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1. 신학(Theology)1)


  일반적인 의미에서 신학이란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의 한 분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고찰해보면, 신학이란 “하나님과 그분의 속성, 인간 및 우주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신학을 이렇게 정의한다. “신학은 하나님에 의해 가르쳐지며, 하나님을 가르치고, 하나님께로 인도된다.”2)



  2. 성서학(Biblical Studies)


  신학이란 용어가 너무나 광의(廣義)로 사용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으므로, 신학계에서는 협의(狹義)로 사용되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의미의 신학적 정의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구체적이고 좁은 의미의 신학이란 “교회적 신앙을 소유하면서 하나님 말씀으로서 성경(the Bible)을 접근하는 신앙고백적 접근(a confessional approach)”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넓은 의미의 신학이란 “신앙고백적 접근을 배제한 채 단순히 역사적 문서로서 성경(a bible)을 접근하는 학문적 접근(an academic approach as non-confessional)”을 의미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것을 가리켜 우리는 ‘성서학’이라고 부른다.3)


  하지만 이러한 신학과 성서학에 관한 이분법적 이해와 그 사상적 배경이 서구 신학과 교회의 정체성에 큰 혼란을 가져온 주범(主犯)으로 국내 신학과 교회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3. 기독교 신학(Christian Theology)


  성경에 대한 신앙 공동체의 신앙적/신학적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성경’을 소유하게 된다.4) 이것은 결국 ‘다른 하나님’을 고백하는 셈이 되고 만다.


  여기서 우리는 크게 두 개의 공동체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민족적으로 동질성을 잃지 않는 유대교 신앙 공동체이며, 둘째는 민족적 개념을 초월하는 우주적 기독교 신앙 공동체이다.


  그리고 각각의 신앙 공동체가 지니고 있는 성경관에 따라서 신학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신구약 성경을 정경으로 믿는 공동체의 신학 함을 ‘기독교 신학’이라고 하고, 히브리 성경만을 정경으로 고백하는 이들의 신학 함을 ‘유대교 신학’(Jewish Theology)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기독교 신학이란 ‘프로테스탄트[개신교] 신학’으로 동일시 될 수 있다. 이것은 특히 로마 가톨릭 신학[천주교]를 염두에 둘 때에 더욱 그러하다. 이것은 특히 천주교가 채택하고 있는 정경은 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개신교의 성경 66권과는 다르다.


  한편 기독교 신학은 광의적 내지 무의식적 차원에서 그 공동체의 ‘신앙 전통적 성격’5) 내지 ‘신학적 경향’6)에 따라 더 세분화될 수 있다. 하지만 기독교 신학은 “초대교회 성도들이 예수(Jesus)를 그리스도(Christ)와 주(the Lord)로 신앙 고백하는 신학”이다. 즉, 우리가 기독교 신학이라고 할 경우에는 최소한 두 가지가 전제되어야 한다.7)


  첫째, 신학의 규범적 텍스트[표준 본문]로서 신구약 66권에 대한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권위를 전제해야 한다.


  둘째, 이 명제를 신앙적으로 고백하는 자들에 의한 신학이어야 한다.



  4. 성경신학(Biblical Theology)


  서구 성서학의 발전은 철학적, 이론적 발전과 더불어 성경 각 권과 주제에 대해 개별적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더 나아가 상이하게 주장되면서, 학문과 경건의 괴리가 심화되었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구 성서학의 이런 경향에 대한 반성과 경고의 소리가 바로 ‘성경신학운동’(Biblical Theology Movement)8)이란 이름으로 1940년대부터 울려 퍼지기 시작하였다. 즉 20세기 서구 신학에 있어 교회와 거리를 두고 있는 성서학의 독자적 행보에 대한 하나의 신학적 대응운동으로서 넓은 의미에서 “기독교 신학을 변증하기 위한 한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9)


  전통적으로 신학의 4대 분야는 주경신학, 역사신학, 조직신학, 실천신학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넓은 의미에서 주경신학은 네 가지 분야의 연구(disciplines)를 포함한다.10)


  첫째, 성경의 실제적 내용에 대한 연구이다.


  둘째, 저자 문제와 기록된 시기 및 장소, 가능한 자료들(sources)에의 의존 여부 등을 포함하여 성경 각 권의 기원에 관한 탐구이다. 이는 총론(introduction) 혹은 개론이라고 불리며 전반적인 주해의 과정까지를 포함할 수 있다.


  셋째, 이러한 일련의 책들이 어떻게 모아져서 ‘성경의 단일한 체계’를 구성하게 되었는가를 다루는 분야이다. 이것은 전문적 용어로 ‘정경학’(Canonics)이라고 한다.


  넷째, 성경의 성문화 배후에 있는,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계시된 자료의 성문화와 더불어 온, 시간과 공간 가운데에서의 하나님의 실제적인 자기 계시(Self-disclosure) 에 관한 연구이다. 이것을 성경신학의 연구라고 한다.


  물론 이와 같은 과정은 우리의 연구 분야를 기준으로 나눈 것이고, 하나님의 활동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하나님의 자기 계시

  (2) 계시의 성문화 과정

  (3) 일련의 책들이 모여서 통일체를 형성하게 되는 과정

  (4) 성경 기록의 내용 연구의 진행과 인도하심



  5. 개혁주의 성경신학(Reformed Biblical Theology)


  개혁주의 성경신학이란 역사와 계시의 이분법 속에서 발전하게 되는 신학적 경향에 대한 대안으로서 그 체계를 갖추게 되는 하나의 성경신학적 관점이다. 우리는 이 관점을 기독교 신학의 적극적인 표현 내지는 정체성으로서 ‘개혁주의 성경신학’이라고 부른다.


  일반적 의미에 있어서 성경신학이란 “성서학의 큰 강물에서 반성적으로 빠져나온 하나의 물줄기”라고 할 수 있다면, 개혁주의 성경신학이란 “처음부터 독자적인 물줄기를 가지고 시작된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11)


  이와 같은 개혁주의 성경신학은 보스(Geerhardus Vos)에 의해서 “성경에 보존된 하나님의 자기 계시의 과정을 다루는 주경 신학의 한 분야”12)로 주창되었다.


  물론 이와 같은 관점에 그에 의해서 독창적으로 제시된 것은 아니다. 신약의 저자들이 구약을 인용하고 해석하는 가운데 발견되는 원리들과 구속사적 접근을 시도한 선배 학자들의 도움 속에서 보스 자신의 성경에 대한 경외와 신학적 통찰력이 발휘되어 하나의 체계적인 성경신학적 틀로 자리 잡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개혁주의 성경신학의 전제와 특징들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성경은 계시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둘째, 성경의 특별계시는 역사적 점진성을 통해 드러난다.


  셋째, 이 역사적 점진성을 통해 나타나는 성경의 특별계시는 구원-언약사적 이해와 그리스도 중심으로 해석된다.


  넷째, 성경의 다양성과 통일성, 즉 하나님의 계시의 유기성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해석 또는 이해를 추구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개혁주의 성경신학은 “하나님의 계시를 역사적 과정을 통해 살피되 구원을 중심으로 한 하나님의 특별계시 역사에 집중하는 것으로 파악될 수 있다.”


  따라서 개혁주의 성경신학은 기독교 신학의 적극적 표현으로서 “그 출발부터 하나님 말씀인 계시로서의 성경에 대한 기독교 신앙 고백을 전제로 한 성경신학적 접근”인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우리의 작업은 ‘역동적 성경신학’13)을 세우기 위한 기초라고 할 수 있다.



개혁주의 성경신학의 사명



  1. 대화적 성경 주해 신학(Dialogic Exegetical Biblical Theology)의 확립


  개혁주의 성경신학은 앞으로도 계속하여 성경원어에 기초한 바른 성경주해를 통해 주요 성경 구절들에 대한 각론적 연구와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신구약 성경 전체에 대한 총론적 연구가 상호보완적으로 역동성 있게 연구되어야 할 성경 주해 중심의 대회적 성경 주해 신학이어야 할 것이다.



  2. 통합적 성경신학(Holistic Biblical Theology)의 추구


  개혁주의 성경신학은 신구약 성경을 함께 연구할 뿐만 아니라 신학 안에서의 다른 제 분야, 즉 구약학, 신약학, 성경해석학, 조직/교리/교의신학, 역사신학, 실천신학, 특히 설교학과 신학 밖에서의 다른 학문적 제 분야, 즉 해석학, 언어학, 문학 이론, 사회학 등과의 관계에 있어서 비판적 수용을 통하여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대화를 끊임없이 나누어야 할 것이다.14)


  3. 교향곡적 성경신학(Symphonic Biblical Theology)의 지향


  개혁주의 성경신학은 성경의 신학적 주제와 그에 따른 해석의 다양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통일성을 지향하는 교향곡적 성경신학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성경에 대한 이해는 성경 각 권에서 나타나는 어떤 성경신학적 주제의 독특한 목소리와 성경 전체 속에서 그 고유의 소리들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하나의 화음을 이루게 되는 성경신학적 조화를 추구한다. 이것은 무엇보다 성경 텍스트 세계의 다양한 문학적 장르와 형식을 고려할 때, 현 성서학의 방법론들을 비판적 입장에서 효과적으로 잘 취사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동인(動因)이 되는 것이다.



  4. 구원론 중심의 성경신학(Salvation-Oriented Biblical Theology)


  개혁주의 성경신학은 교회를 세우며, 덕을 끼치고, 말씀의 진리로 회복시켜주는 바른 신앙 공동체를 위한 구원론 중심의 성경신학이어야 할 것이다. 바른 성경신학은 그 원리가 이론에서만 그칠 수 없는 역동적 생명신학이어야 한다. 이것은 개혁-복음주의 성경신학이, 학문적 변증과 확증 속에서도, 하나님의 백성을 향한 구속사로서 삶의 현장을 섬길 줄 아는 신학을 말한다. 따라서 우리의 기독교 신학은 퇴색될 수 있는 전통적 교리에 대해서도 성경적 검증의 열린 자세를 잃지 않는, 즉 늘 성경적으로 바르게 개혁됨으로 신앙 공동체가 더욱 건강해지는 성경신학이어야 할 것이다.



  5. 선교적 일상생활과 관련 있는 성경신학

    (Biblical Theology for Everyday Mission-Oriented Life)


  개혁주의 성경신학은 종말론적이고 선교적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는 성경신학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혁주의 성경신학은 긴밀하게 공동체를 위한 조직신학과 일상생활을 위한 실천신학과의 유기적 관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다.



나가는 말



  기독교 신학의 내일은, 바른 개혁-복음주의 신앙을 고백하는 신학자들과 목회자들, 그리고 모든 성도들이 각각 그리고 함께 자신의 은사와 재능에 따라 하나님께 부르심을 입은 그 부르심에 책임 있게 그리고 성실하게 반응하는,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적인 연합 운동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의 성경신학은 개혁주의 성경신학으로서의 위상을 바로 세우고, 조국과 민족과 온 세계만민을 향하여 진정한 구원의 복음을 바르게 선포하는 신학의 사명과 목표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