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레네 시몬,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를 대신 진 사람

 

마침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비인 구레네 사람 시몬이 시골로서 와서 지나가는데 저희가 그를 억지로 같이 가게 하여 예수의 십자가를 지우고” (15:21)

 

구레네는 지금의 아프리카 리비아의 수도인 트라폴리 지방으로 예루살렘으로부터는 상당히 먼 곳에 위치한 지역이다. 그러나 당시 로마 다음으로 제 2의 도시였던 알렉산드리아와 그 인근에 위치한 구레네에는 많은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다. 어떤 경위인지는 몰라도 구레네 출신의 시몬이라 하는 이가 예루살렘에 오게 되었다.

그는 우연찮게 한 죄수의 십자가 처형 행렬을 목도하게 되었다. 당시 십자가 처형의 방식이 그러했듯이 그 죄수는 끔찍한 고문을 당한 뒤 자기가 달릴 십자가를 직접 지고 형장까지 가야했다. 형장까지 가는 도중 그 죄수가 지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자 구경꾼들 틈에 끼어 그 신기한 행렬 과정을 지켜보던 시몬을 한 로마 군인이 잡아다가 그의 십자가를 대신 지게 하였다.

 

마가는 이 장면을 단 한 구절로 스치듯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시골에서 오는 길에 그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버지로서 구레네 사람 시몬이었다. 그들은 그에게 강제로 예수의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하였다.(15:21)" 구레네에서 올라온 시몬이 지게 된 나무 형틀은 인류 구원의 정점이 된 바로 예수가 지고 가신 십자가였다.

알렉산더와 루포가 누구였기에 시몬을 그들의 아버지로 소개하고 있는가? 로마서에서 사도바울은 로마 성도들에게 문안 인사를 하면서 "루포와 그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라.(16:13)"고 말한다. 로마서에 소개된 그 이름 '루포'는 우리에게 로마서가 기록된 시점으로부터 약 30년 전 십자가 행렬 현장에 있다가 예수 대신 억지로 십자가를 졌던 시몬을 기억나게 한다.

로마서에 소개된 루포와 그의 어머니는 구레네 시몬의 아들이었고, 그의 아내였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으로부터 한 세대가 흘러 시몬의 아들 루포는 사도 바울로부터 문안 받는 인물이 되었고, 그의 어머니(즉 시몬의 아내)는 바울이 영적 어머니로 언급할 만큼 초기 기독교 역사 속에서 존경받는 인물이 되었다.

당시 예수가 지고 가셨던 그 십자가의 의미를 모른 채 골고다 언덕까지 십자가를 지고 갔던 시몬은 은연 중 인류 구속사건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음 세대로 이어진 그 구원의 드라마에 그의 아들들이 참여하고 있었으니 시몬은 부지중(不知中) 복 받은 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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