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노예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오늘날을 '정보화 사회'라고 한다. 정보가 모든 사회의 가치를 지배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사회가 정보를 제 아무리 강조한다 하더라도, 기술의 발전 없이는 정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아직까지도 이 사회는 분명 기술이 지배하는 기술 사회이다. 그런데 기술 사회로의 진입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술과 기술의 사용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도 커져온 것이 사실이다. 동전에는 양면이 있듯이 기술의 발전은 기술의 본질적 특성상 긍정적 요소와 부정적 요소를 함께 안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우리는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 주는 유익과 폐해를 동시에 경험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테크노피아'나 '첨단 기술 사회' 등의 단어들에서 볼 수 있듯이 장밋빛 희망만 강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설교자의 사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반성하고 조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뿐 아니라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과정일 것이다.
로버트 라이시, 그가 분석한 신경제의 빛과 그늘
최근 발간된 로버트 라이시의 책 『부유한 노예』(원제: The Future of Success, 김영사 펴냄)는 이렇게 급성장하고 있는 첨단기술경제, 이른바 '신경제'의 빛과 그늘을 짚어보며 균형 잡힌 사회와 만족스런 삶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 자신의 경험이다. 그의 질문을 단순하다. "당신은 지금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가? 삶을 꾸려가고 있는가?"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신경제 속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것과 삶을 꾸려가는 것, 이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지에 관해 다루고 있다. 그는 신경제의 풍요 이면에는 가족의 붕괴와 지역 사회의 분화, 하루의 대부분을 생계를 위한 일에 바치고 있는 모습, 즉 부유한 노예라는 그늘이 존재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풍요한 신경제 속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마이크로칩이나 PC, 인터넷 등이 존재하지 않던 몇십 년 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일에 매달리고 있으며 일이 아닌 삶을 위해 쓰이는 시간과 에너지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라이시, 그가 사표를 던진 이유
"장관직을 맡고 있을 때에는 일이 내 삶의 전부였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그 일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나'에 대해 만족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클린턴이 대통령에 첫 당선되었을 때 경제정책 인수팀을 이끌다가 노동부 장관으로 입각한 그는 한창 열정적으로 일하다가 돌연 장관직을 그만두고 가정으로 돌아갔다. 그의 갑작스런 사임 결정은 신경제하에서의 '일'과 '삶'에 관한 사회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장관직 사임 이유치고는 낭만적이다'고 지적할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엔 조직의 풍요를 위해 더 많은 개인적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신경제라는 공룡과 맞서 싸울 '21세기형 시민정신'이 담겨 있다.
그는 "성공적인 삶의 척도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나 가지고 있는 재산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 분명하다"며 "잘 산다는 것은 결국 삶의 균형"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잠시 숨을 고르고 진정한 삶을 찾자'는 식의 충고가 아니라 더 큰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돈을 벌기 위한 일과 삶의 나머지 부분의 균형을 위한 힘든 싸움을 단순히 한 개인의 몫으로 돌려서는 안되며 균형의 저울을 한쪽으로 기울게 하는 사회 현상의 큰 흐름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DINS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사회에도 DINS란 말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DINS (double income, no s ex)는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서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뜻인데 침대에서 잠자는 것 외에 다른 것을 못할 정도로 항상 피곤에 절어 있는 맞벌이 부부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다. 맞벌이가 늘어나면서 가족의 규모는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더 필사적으로, 더 불안해하며, 더 많은 시간 일을 해야 하는 풍요의 그늘에서 우리는 과거보다 더 가난해졌다. 하루에 대부분을 생계를 위한 일에 바치고 있는 것이 우리 모습이다. 또 생계를 위해 가족, 친구, 지역사회라는 수많은 관계를 조금씩 포기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도 우리 모습이다.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서라면 신의 따위는 헌신짝처럼 버려야 한다. 끊임없이 일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자꾸 높아지고 있으며 수입 감소의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로버트 라이시, 그가 생각한 진정한 성공
돌연 노동부 장관직을 사임하고 가정으로 돌아간 라이시가 생각한 성공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가 말하고 있듯 그것은 우리의 정신적 발판, 관계의 풍성함, 무너지지 않는 가족, 통합된 지역사회이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시대가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닐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이 새로운 시대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무엇인가 더 큰 것을 잃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없다. 라이시는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돈과 기술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 속에 하나님 나라 복음을 심는 것, 사회적 변화를 읽고 적절하고 구체적인 메시지를 선포하는 것, 사회의 구성원들이 인생에 있어 참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은 바로 교회지도자들의 사역과 삶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 / http://www.discipl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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