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엄나무와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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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엄 나무 (케롭)는 구약 성서에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습니다. 신약 성서에서는 단 한번 눅 15장의 탕자 이야기에 나옵니다. "그가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는지라" (눅 15:16). 쥐엄 나무는 성서의 땅인 이스라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입니다. 나무 열매는 동물들이 먹기도 하지만 열매를 가지고 꿀같은 시럽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먹었다는 "석청 (wild honey - 마 3:4)는 바로 쥐엄 나무 열매였다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사진: 의로운 자들의 정원에 새겨진 나라명과 유대인들을 구한 이들의 명단
겨울철이 지나 여름이 되면 쥐엄 나무 열매는 점점 말라서 진한 갈색으로 바뀝니다. 고대 시대에는 쥐엄 나무 씨앗을 가지고 보석의 무게를 재는데 사용하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참고로 케롭(carob)은 다이아몬드의 무게 단위인 케렛 (carat - 일케럿은 0.2 gm 입니다)과 동일한 어근을 갖고 있습니다. 고대 아랍권에서는 qarua 라는 작은 콩을 무게를 재는 단위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이스라엘의 식목 행사일인 "투비쉐바트" (Tu B'Shevat - 미쉬나에서 명하는 절기로 대략 1월과 2월 사이에 절기가 있으며 "나무들의 새해 (New Year of the Trees" 인 이 날 나무들을 심고 무화과, 대추 야자 열매, 쥐엄 열매, 아몬드 그리고 건포도 등을 먹습니다)때 이스라엘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먹는 나무 열매가 바로 쥐엄 열매입니다. 왜 쥐엄 열매를 먹는가 라고 묻는다면, 성서나 탈무드에서는 쥐엄 열매를 먹으라는 명령이 없지만. 어쩌면 특별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전통일 수도 있습니다.
사진: 쥐엄 나무
야드바셈 (유대인 대학살 기념관)에는 유대인들을 대학살로부터 구해준 이들을 기념하여 심은 쥐엄 나무들이 있습니다. 그럼 왜 하필 쥐엄 나무일까요? 일종의 재담 (wordplay)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히브리어로 쥐엄 나무는 "하루브 (חרוב)"입니다. 하루브의 어원에는 1) 파괴되다, 말라 버리다 라는 동사형과 2) 칼 혹은 가뭄, 결핍 이라는 명사형이 있습니다. 쥐엄 나무를 식수한 이유는 유대인의 고난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수천년을 지내면서 그들은 열강들의 지배를 당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을 쉬지 않은 백성이 유대인들입니다. 쥐엄 나무는 바로 그런 유대인의 삶속에 깊이 새겨진 고난과 핍박 그리고 저항의 승리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탈무드에 의하면 쥐엄 나무가 제대로 열매를 맺기까지는 7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쥐엄 나무는 인내하면서 미래를 기다리라 는 교훈을 주는 나무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쥐엄 나무와 관련된 전설같은 이야기기 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호니"라는 사람이 살았는데,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한 노인이 쥐엄 나무를 심는 것을 보았습니다. "할아버지, 왜 쥐엄 나무를 심는 것이죠? 할아버지가 살아 있을 동안에 열매를 얻을수 없쟎아요." 노인은 그 젊은이를 향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어릴적에 늘 올라타고 놀던 나무들이 있었고, 즐겨 먹는 나무 열매들이 있었는데, 그 나무들은 누가 심었다고 생각하나" 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나무를 계속 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늘에 앉아서 나무를 심던 노인을 지켜보던 호니는 얼마 지나지 않아 졸음이 와서 잠을 청합니다. 아주 짧은 시간 잠을 잔것 같았지만 70년 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가 깨었을 때, 크게 자란 쥐엄 나무가 보였고, 한 중년 남자가 쥐엄 나무 열매를 따고 있었습니다. "혹시 당신이 이 쥐엄 나무를 심은 사람인가요?" 라고 호니는 묻습니다. "아닙니다, 나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이 나무를 심었고 이제 그 나무 열매를 제가 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