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길을 준비하라
- 누가복음 3:1-20 -
[누가복음 3:4-6] "3. 요한이 요단 강 부근 각처에 와서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 4. 선지자 이사야의 책에 쓴 바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 5. 모든 골짜기가 메워지고 모든 산과 작은 산이 낮아지고 굽은 것이 곧아지고 험한 길이 평탄하여질 것이요. 6. 모든 육체가 하나님의 구원하심을 보리라 함과 같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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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 3:1-20의 말씀 가운데 아주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바로 7절의 '그(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려고 나온 군중'이라는 표현이다. 군중들이 요한에게 빨려들어왔다는 이미지이다. 게다가 그 군중이 요한으로부터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에게 일러 장차 올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고 말해도, 또 ”이미 도끼가 나무 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리라."는 심판의 메시지가 전해져도, 군중뿐만 아니라 세리들과 군인들까지 요한에게 와서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하리이까?"라고 묻는다. 이것은 정말 신기한 광경이다. 당시 사람들은 요한의 메시지에 떨고 두려워했다. 도대체 요한의 메시지가 무엇이었기에 이토록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1.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
(1) 내부 개혁의 소리
팔레스타인에서는 말라기 이후 선지자가 등장한 지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요한의 등장은 신선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아우구스투스가 가져온 '팍스 로마나'(로마에 의한 평화)가 지배하고 있었다. 다음 세대, 즉 '테베리오 황제'(3:1)의 통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가운데 하나님의 백성인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민족적 정체성을 이방인과의 관계로 표현했다. 어떤 이들은 사두개파처럼 전통적 성전 예배를 주관하면서 로마의 지배와 타협하는 길을 택했다. 반대로 바리새파 율법학자들은 하나님의 율법을 엄격하게 지킴으로써 로마의 지배와 타협하는 길을 택했다. 또는 에세네파처럼 이방인의 지배를 피해 사회로부터 도피하여 사막이나 동굴 속에 숨어 공동생활을 함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고자 했다. 열심당 등은 로마에 대해 오로지 무력으로 대항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요한의 등장은 그런 이방인이라는 외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대인(동포)을 향한 내부 개혁이었다.
(2) '하나님의 구원을 보기 위한' 회개를 촉구하는 소리
'팍스 로마나'가 실현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무력에 의한 평화였고, 겉으로 보기에는 평화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이권개입과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뇌물이 당연시되는 사회, 약자를 착취하는 왜곡된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광야에서 요한에게 임하셨다'(2:3)는 것이다. 그야말로 '하나님의 때가 찼다'고 할 수 있다.
요한은 단순히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푼 것이 아니라 '죄 사함을 얻기 위한 회개에 근거한 세례'의 필요성을 '설파'한 것이다(3:3). 요한이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엄격했지만,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구원을 보게 될 것"(3:6)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끌려서 요한에게로 모여든 것으로 생각된다.
2.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서의 '두 명령'
요한의 등장은 이미 선지자 이사야가 예언한 바 있다. 요한이 무엇을 어떻게 말할 것인지도 예언하고 있었다. 그리고 요한은 그렇게 말했다. 그 말씀 자체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특히 첫 말씀에 있는 두 가지 명령형에 주목하고 싶다.
[新改訳]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난다. '주의 길을 예비하고, 주께서 지나가시는 길을 곧게 하라'.
[口語訳] 광야에서 부르짖는 자의 소리가 나기를 '주의 길을 예비하라, 그 길을 곧게 하라'고 한다.
[エマオ訳] 광야에서 부르짖는 자의 소리가 나느니라. '주의 길을 예비하라, 그 길을 곧게 하라. 여호와께서 가시는 길을 곧게 펴라."
[ギリシャ語原文] Φωνὴ βοῶντος ἐν τῇ ἐρήμῳ, Ἑτοιμάσατε τὴν ὁδὸν κυρίου, εὐθείας ποιεῖτε τὰς τρίβους αὐτοῦ.
= (직역하면) 소리, 외치는 자, 광야에서 준비하라, 주의 길을. 곧게 펴라, 주의 걸으시는 길을.
첫 번째 명령형인 '준비하라'로 번역된 '헤토이마사테' Ἑτοιμάσατε는 아오리스트 시제의 명령형이고, 후자의 '(곧게) 하라'로 번역된 '유-세이아스' εὐθείας는 현재시제의 명령형, 능동태이다. 아오리스트의 명령형이 의미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어떤 결정적인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를 담은 명령이다. エマオ訳(엠마오)은 그 의미를 '즉시'라는 단어를 붙여서 표현하고 있다. 후자의 현재형 명령형이 의미하는 것은 '~을 계속하라', 즉 '항상, 지속적으로, 습관적으로 그렇게 계속해 가라'는 의미의 명령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주의 길을 결단력 있게 즉시 준비하라. (그리고) 주님이 가시는 길을 계속 곧게 하라'는 뜻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エマオ(엠마오)訳이 가장 원문에 가까운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슷한 용법으로 요한복음 15:4에 나오는 예수님의 '내게 붙어 있으라'는 명령도 아오리스트 시제이다. 결정적으로, 의지적으로, 즉시 '붙어 있으라'는 의미이다. 그 뒤에 나오는 '내게 붙어 있지 아니하면 열매를 맺지 못하리라'의 '붙어 있지 아니하면'은 현재시제 가정법이다. 즉, 항상, 지속적으로, 습관적으로 붙어 있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리스어의 '명령형'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아오리스트(부정과거) 명령형'과 '현재 명령형'이다. 누가복음 3:4에 있는 것은 '아오리스트 명령형'이 먼저 오고, 그 다음에 '현재 명령형'이 오는 패턴이다.
그 외에 '현재 명령형'이 먼저 오고, 그 다음에 '미래시제'(명령형이 아닌 직설법)가 오는 패턴을 두 가지 정도 살펴보자.
(1) 요한복음 7:37-38의 경우
'내게로 와서 마시라'의 '마시라'는 현재시제의 명령형이다. 즉, '계속 마셔라'라는 뜻이 된다. 그러면 “37.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38.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 하시니"라고 되어 있다. "흘러나오리라"라는 동사는 미래시제이다. 미래시제의 의미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즉, 미래에서의 확실한 실현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서의 의미는 '예수님께 와서 계속 마시라'는 뜻이다. 그러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는 뜻이 된다. 이렇게 번역하면 예수님과의 관계가 더 눈에 띄게 다가온다.
(2) 마태복음 7:7의 경우
"구하라. 그리하면 주실 것이요."의 앞의 명령 '구하라'는 현재 명령형이다. 따라서 '계속 구하라'는 의미가 된다. 후자의 '주실 것이요'는 미래시제이다. 따라서 '반드시, 주어질 것이다'라는 의미가 된다. 즉 '계속 구하면 반드시 주어진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기대하면서 계속 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어의 두 가지 명령형(아오리스트 명령형과 현재 명령형)을 아는 것만으로도 말씀이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3. 회개를 강요받은 사람들의 반응
세례 요한의 위대함은 단순히 엄한 메시지를 던져 사람들을 떨게 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보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분명한 회개의 결단을 촉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 증거로 군중도, 세리도, 심지어 로마 군인들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의 '하다'는 아오리스트 시제이다. 즉, 구체적인 행동을 어떻게 결정하고 행하면 좋겠느냐는 의미로 묻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요한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대답하고 있다.
① [군중들에게] "속옷을 두 벌 가진 자는
"속옷 두 벌을 가진 사람은 한 벌도 없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라. 음식을 가진 자도 그렇게 하여라."(누가복음 3:11)
첫 번째 명령인 '나누어 주라'는 아오리스트 시제이다. 자기중심적인 삶의 방식을 분명한 결단을 가지고 바꾸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 뒤의 '그렇게 하라'는 현재 시제이다. '~을 계속하라'는 명령이다.
② [세금을 징수하는 사람들에게].
"부과된 것 외에는 거두지 말라"(누가복음 3:13)
'거두지 말라'는 현재 시제의 명령이다. '계속 거두지 말라'는 의미이다. 세리는 미리 정해진 금액에 더하여 사복을 채우고 있었다. 그것을 앞으로는 일절 계속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③ [병사들에게].
“군인들도 물어 이르되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 하매 이르되 사람에게서 강탈하지 말며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고 받는 급료를 족한 줄로 알라 하니라"(누가복음 3:14)
'강탈하지 말라'와 '거짓으로 고발하지 말라'는 불의한 행위를 중단하라는 분명한 결단을 촉구하는 아오리스트 시제의 명령이다. '족한 줄로 알라'는 현재 시제의 명령으로, 항상 주어진 것에 계속 만족하라는 명령이다.
요한은 각기 다른 입장,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회개에 합당한(좋은) 열매를 맺으라"(누가복음 3:8)고 구체적인 회개를 촉구했다. 회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어디선가, 결정적으로, 의지를 가지고 결단하는 것이며, 또 그것을 끊임없이 지속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의 명령을 따르는 자들에게 요한은 '하나님의 구원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우리는 주님께 그런 회개를 했는지 자신을 돌아보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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