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교회, 신학자에게 길을 묻다 ② ] 심창섭 교수
newsdaybox_top.gif 2012년 01월 17일 newsdaybox_dn.gif

“참을 수 없는 갱신의 열망 느끼는가”

‘성직매매’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는 교회신뢰 물거품
WCC 반대 열정 쏟기보다 종교개혁 500주년 더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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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창섭 교수는 고려신학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리폼드신학대학원 프린스턴신학대학원 남아프리카 포체프스트룸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역사신학 교수로 23년 동안 봉직하면서, 신학대학원 부총장과 신대원장 일반대학원장 국제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개혁신학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2월 말 교수 사역을 은퇴한 후 동남아시아 신학교와 선교를 위한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심창섭 교수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23년 동안 후학을 가르치며, 늘 ‘갇힌 보수가 아닌 열린 개혁주의자’를 강조해 왔다. 평생 총신대학교에서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사역했기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과 총신대에 큰 애착과 안타까움을 갖고 있다.

“지금 나와 우리, 곧 한국 교회는 죄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 되돌아서는 것이 아니라, 돌을 던지고 있다. 잘못을 회개하고 다시 같은 죄를 짓지 않으려는 노력, 도덕적 해이와 부패의 늪에서 벗어나려는 결단이 없으면, 한국 교회는 결국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심창섭 교수는 2011년을 회고해 달라는 질문에 종말론적으로 답했다. 한국 교회를 지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심 교수처럼 “이렇게 하다가는 망한다”고 폐부를 깊이 찌르지는 않았다. 그만큼 한국 교회의 현실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급박하고, 지금 당장 회개와 갱신이 절박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역사학자이기에 더욱 한국 교회가 긴급 상황임을 인식하는지도 모른다. 심창섭 교수는 2011년 한국 교회를 규정하는 단어는 ‘성직매매’라고 말했다. 중세 말기 로마가톨릭의 몰락을 이끌었던 바로 그 성직매매(simony) 말이다.

“성직매매가 한국 교회 내에 광범위하고 깊숙이 퍼져 있다. 각 교단에서 총회장을 선출할 때, 돈 선거가 자행된다는 것은 모두 아는 이야기가 됐다. 목회자를 청빙할 때 금품을 요구하는 것도 중세시대와 똑같다. 목회자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장로들이 금품을 요구하고, 원로목사 은퇴금을 부임하는 목회자에게 부담시키는 행위가 완벽한 성직매매가 아니고 무엇인가.”

지금까지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금권선거에서 보듯 교회연합기관의 타락과, 목회자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어디보다 깨끗해야 할 신학교에서조차 금품이 오고간다. 신학교 재단이사로 선출되기 위해 돈이 오고가고, 그 사실은 교수와 학생들까지 알고 있다. 그런 학교에서 개혁신학이 올바로 외쳐지고, 제대로 된 신학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심창섭 교수는 울분을 토했다. 그가 소속된 총신대와 예장 합동 교단 역시 이런 성직매매에 깊이 연루됐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아픔을 갖는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합동 교단이 죽어야 한국 교회가 산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소름끼치는 말이다. 한국 교회가 주목하는 교단으로서 합동 교단이 먼저 살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 교회가 산다. 큰 영향력을 가진 합동 교단이 한국 교회를 다시 일으킬 역사적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고, 먼저 갱신하고 부흥되어야 한다. 그 일을 위해 2012년 합동 교단과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은 직분과 권력을 얻기 위해 금전살포를 중단해야 한다.”
2011년을 돌아보는 심창섭 교수에게 ‘참을 수 없는 갱신의 열망’이 느껴졌다.

그러나 2012년 한국 사회는 교회가 내부 갱신의 문제에만 머물 수 없도록 내몰고 있다. 사회적으로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열리고, 교회 내적으로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건 모두 갈등과 분열의 소지를 안고 있다.

심창섭 교수는 원칙적으로 “기독교인의 사회참여는 기독교 신앙에서 배제될 수 없는 신앙생활의 요소”라고 말했다. 개혁신학은 정교분리의 원칙을 주장하지만, 여기에서 ‘정교분리’는 정치와 교회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지 정치와 교회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중요한 것은 정치참여를 하는 이유와, 정치참여를 하는 인물의 신뢰성이다.

“정치권력이 성경의 가르침을 위배하고 악정을 일삼고 국민을 괴롭힐 때, 목회자는 예언자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 교회에서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인물 대부분은 신뢰성이 떨어진다. 존경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한국 교회의 이름으로 정치적 발언이나 정치참여를 하는 것이 문제다.”

세계교회협희회(WCC) 부산 총회와 관련해서는 “WCC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지구촌 종교인들이 모이는 행사로 인식하고, 개신교의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라고 밝혔다.

심창섭 교수는 WCC가 기독교의 근본 진리를 상대화했고, 그로 인해 WCC 총회는 일종의 기독교 전시회 또는 종교박람회 성격을 갖는다고 평가했다. 그래서 범종교행사인 WCC 총회를 반대하기 위해 지나치게 대결구도로 나아가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WCC 반대에 열정을 쏟기보다 차라리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준비에 더 노력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개혁주의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재부흥하기 위해서 다시 종교개혁의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한국 교회가 세계 교회와 함께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고 주도하기 위해 지금부터 많은 노력과 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화를 나눈 두 시간 가까이 심창섭 교수는 울고 있었던 것 같다. 자본주의, 돈이 우상이 된 시대에 목회자들이 돈 때문에 양심과 신앙을 판다고. 돈으로 유혹하는 사탄에게 너무도 쉽게 넘어간다고 안타까워했다.
“2012년 한국 교회는 세 가지만 갱신하면 된다. 중세시대와 같이 돈에 성직을 매매하는 행위를 근절하고, 대형 교회를 넘어 중형 교회까지 이루어지는 교회의 세습과 족벌주의를 중지하고, 장로교회의 합법적 정치기구인 당회 노회 대회 총회 이외에 모든 임의 조직과 단체를 해체하는 것이다. 이 일에 누구보다 목회자와 교단과 교계의 지도자들이 나서야 한다. 성도들은 목회자와 지도자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서 점점 부패와 부정에 무감각해지고 무비판적이 된다. 목회자들과 지도자들이 먼저 회개하고 각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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