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391204201112292055282.jpg
"가요, 영화에서 한류 붐이 거세잖아요. 의료 분야에서도 성형수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그런데 앞으론 유전병을 앓는 사람들이 유전자 수술을 하러 한국에 올 겁니다."

김진수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29일 "'유전자 가위'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며 "의과학계에서도 한류 바람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가 기술 개발을 주도한 유전자 가위(zinc finger nucleaseㆍZFN)는 28일 발행된 과학학술지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에서 '올해의 기술(Method of the Year 2011)'로 선정됐다. <네이처>의 자매지인 이 학술지는 매년 전세계에서 개발한 실험기술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한가지를 뽑아 소개하는데, 국내 과학자가 주도적으로 개발ㆍ보급한 기술이 '올해의 기술'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올해의 기술에 선정됐다는 건 이 분야에서 10년 안에 노벨상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유전자 가위는 세포 내 유전자의 특정 위치를 선별해 잘라내고 붙이는 'DNA 재단사' 역할을 하는 인공 효소. DNA는 합성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돌연변이가 생긴다. 가령 DNA 염기서열 ABC가 정상이라면 ABCC(중복), AB(결실), CBA(뒤집어짐) 같은 염기서열 변이가 일어난다. 이를 바로 잡지 못하면 혈우병 같은 유전병의 원인이 된다. 김 교수는 "이때 잘못된 DNA 부위를 유전자 가위로 잘라내고 교정하면 돌연변이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유전자 가위를 짧은 시간에 대량 합성하는 기술과 유전자 가위로 돌연변이 세포를 쉽게 선별하는 방법을 개발해 각각 올 1월과 10월 <네이처 메소드>에 발표했다. 올해 이 학술지에는 총 7건의 유전자 가위 논문이 실렸는데 그 중 2건을 김 교수가 낸 것이다. 나머지는 김 교수팀과 경쟁하는 미국 의학회사 상가모 바이오사이언스, 과학자들의 모임인 '징크 핑거 컨소시엄' 등에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유전자 가위를 활용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유전자 가위로 에이즈 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게 해 감염률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이종장기 이식을 중점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것이 돼지 췌도 이식이다. 인슐린을 만드는 췌도를 이식하는 방법은 당뇨병 완치에 가장 근접한 기술로 꼽힌다. 그러나 이식한 돼지 췌도를 적(敵)으로 여겨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공격하는 면역거부반응이 문제였다. "돼지 세포에 있는 면역거부반응 유발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로 제거하면 이종간 장기이식이 쉬워질 것입니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에겐 희망을 주고, 의과학 산업에선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